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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Aug 08. 2023

플로리다에서의 휴가, 그리고 재회

우리 가족은 플로리다를 참 좋아한다. 집에서 3-4시간만 운전하면 Virginia Beach 혹은 Ocean City 등의 유명 바닷가가 있긴 하지만 대서양 특유의 탁한 바닷물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 플로리다 서해안 특유의 잔잔함과 깨끗한 바닷가는 가히 미국 제일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다 보니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여름휴가를 플로리다에서 보내게 되었다.


올해의 목표는 플로리다 남서쪽의 Marco Island.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멋진 후기를 보고 꼭 가 보리라 벼르던 곳이다. 여름휴가는 그저 따뜻한 바닷물 속에서 뜨거운 햇살에 지지는 것이 최고인 법인데, 또 이런저런 욕심을 부리다 보니 5박 6일 동안 700마일 (약 1100km) 넘게 여기저기를 다니게 되었다. 이 정도 여행 다녔으면 이제는 좀 내려놓고 느긋이 즐겨도 되련만, 아직도 꼭 봐야 하는 것과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Day 1-3>


새벽 일찍 비행기를 타고 Orlando에 내려서 차를 픽업해서 Marco Island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대충 4시간 걸리는 여정. 물론 근처에도 공항이 있지만 환승이 필요하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해서 결국 올랜도에서 차를 빌려서 운전하기로 한다. 디즈니월드를 비롯한 Theme Park들로 유명한 도시에서 정작 밖으로만 나도는 우리의 모습이 웃기긴 했지만, 어차피 이번 휴가는 바닷가를 즐기러 온 거니까...


Clearwater, Sarasota, Miami, Key West, Destin, Orlando, St. Augustine 등 플로리다는 여기저기 많이 다녀 봤지만 이번에 방문한 Marco Island만큼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부자들의 겨울 별장으로 보이는 어마어마한 집과 보트, 줄줄이 늘어서 있는 고급 호텔을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다. 우리가 묵은 호텔 투숙객들도 대부분 있어 보이는 (?) 백인들과 히스패닉들이었고, 3일 내내 동양인은 우리 가족 외엔 찾아볼 수 없었다.


이틀 동안 투명한 바다와 조개껍질 가득한 백사장을 즐긴 후 셋째 날은 두 시간 거리 Miami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한 시간쯤 걸려 도착한 Gator Park에서는 늪지 위 Air Boat 체험 및 동물 쇼 투어를 진행했다. 화씨 90도 후반 (섭씨 35도)의 덥고 습한 날씨다 보니 아쉽게도 악어들은 전부 숨어버렸지만,  그래도 선풍기로 달리는 에어보트로 늪지를 질주하는 건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어진 동물 쇼에서는 전갈 + 두꺼비 + 앵무새를 한 번씩 보여준 뒤 악어 쇼를 시작한다. 악어들은 가만히 있다가 사육사가 닭고기를 입가에 들이밀면 덥석 잡아챈 후 다시 죽은 것처럼 미동도 않는다. 밤에는 좀 더 활발하려나?




간단한 점심 후 Biscayne National Park를 방문했다. 이 공원은 95% 이상이 바다인 곳으로, 다양한 해상 스포츠를 즐기거나 혹은 tour를 통해 몇몇 장소를 방문할 수 있다. 우리는 Boca Chita Key를 방문하는 3시간 반짜리 투어를 신청했는데, 운 좋게 우리만 예약한 탓에 private tour처럼 다닐 수 있었다. 꽤나 더운 날씨였지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보트를 타는 건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약 40분간 달려 첫 목적지인 Boca Chita Key에 도착한다. 1930년대에 재벌들이 이 섬을 개발하여 개인적인 연회장으로 썼다고 한다. 섬 뒤에는 조그만 바닷가도 있는데 물 색이 너무나도 예뻤고, 아들은 신나게 물속에서 한낮의 해수욕을 즐겼다.   


투어의 두 번째 목적지는 Stiltsville이다. 물 위에 서 있는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인데, 1900년대부터 한 명 두 명 집을 짓기 시작해서 한때는 수십의 집이 바다 위에 있었다고 한다. 미국 법상 주인 없는 곳에 5년간 거주하면 본인의 소유가 되는데, Miami 시에서 이를 무시하고 1999년까지 유효한 permit을 발급했다고 한다. 다양한 논쟁과 법적 절차를 거쳐 지금은 6채만 남았고, 유명 보트 클럽이 소유한 한 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국가의 소유이다. 


저녁에는 Miami Marlins의 홈구장인 LoanDepot park에서 야구를 관람했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굉장히 모던하고 컬러풀하게 꾸며진 곳이라 구장 자체를 즐기는 재미가 있는 곳. 유명 선수 출신인 Derek Jeter가 이곳의 구단주일 때 구단의 성적에 대한 비난이 일자 "팬들은 승부보다는 음식 등의 경험을 더 중요시한다"라고 했던지라 '얼마나 음식에 신경 썼으면 그런 건방진 발언을?'이라 생각하여 기대가 상당했는데, 아쉽게도 음식은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Day 4>


소도시 Punta Gorda에서는 반가운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2017년부터 19년까지 Austin에 있을 때 야구팀 Braves에서 함께 운동하던 친구가 작년 이곳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 가족의 동선에 이 도시가 겹쳐서 '점심이나 함께 하면 어때?'라고 문자를 보냈고, 친구 역시 흔쾌히 동의하여 동네의 멋진 ocean front 식당에서 두 가족이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의 근황을 업데이트하고 밀린 이야기를 하며 보낸 행복한 시간. 고작 1년 반 정도를 함께 했을 뿐인데 아직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친구가 아니었으면 들를 일이 없을 조그만 도시였지만, 깔끔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기회가 되면 천천히 머물러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도시 곳곳에 그려진 아름다운 벽화들이 인상적인데, 그 흔한 그라피티나 훼손조차 없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것에서 이 도시의 품격을 잘 느낄 수 있었다.





<Day 5-6>


여행의 마지막은 Clearwater에서 보냈다. 우리가 머문 Beach Marriott Suites on Sand Key 호텔은 수영장이 넓고, 폭포와 키즈 풀, 스플래쉬까지 다양한 옵션이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녀석이 바다 말고 계속 수영장을 가자고 조를 정도였으니. 무엇보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은 세상 온갖 시름을 잊게 만들었다. 날씨도 계속 괜찮아서 수영장과 바다를 왕복하며 피로를 씻어내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날씨와 여행 수요 폭증으로 항공기의 결항과 변경이 흔해진 요즘 시국에 별 일 없이 잘 다녀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재충전한 새 기운으로 2023년 하반기도 잘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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