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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Sep 09. 2023

3일 연속 MLB 보러 가기

올해만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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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여행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17-19년 MBA를 할 때 시간을 쪼개서 놀러 다니면서 '다시는 이렇게 못 놀겠지' 싶었는데 올해는 심지어 그때보다 더 자주 다니고 있다. 한국도 두 번이나 갔고, 비행기 타고 한 미국 내 여행만 다섯 번에 야구장도 정말 질릴 정도로 갔다.


물론 여행은 언제나 즐겁지만, 여행 자체에 대한 열정보다는 - 영주권도 받고 삶이 좀 살만해지면서 이전에는 사는데 급급해 뒤로 미뤄뒀던 - 인생의 고민들과 허망함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을 여행으로 무마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기도 해서 뭔가 복잡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Day 1) 이번 Labor day 연휴에는 캘리포니아를 다녀왔다. 9월 2-4일까지 남부 캘리포니아의 LA Dodgers, LA Angels, San Diego Padres 세 개 팀이 전부 홈경기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들이 좋아하는 Disney의 애니메이션 "Cars"를 테마로 한 Carsland가 Disney California Adventure Park에 있다는 것도 듣고 나니 안 갈 수가 없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이모부의 병환 악화와 장례로 인해 나 혼자 8월 말 한국을 급하게 방문하게 되었고, 결국 나는 인천에서 LA로, 와이프와 아이는 DC에서 LA로 날아와서 만나게 되었다.


첫날 묵은 Waldorf Astoria Monarch Beach는 소문대로 흠잡을 곳이 없는 고급스러움을 보여주었다. 깍듯한 태도의 종업원들, 고풍스러우면서도 잘 관리된 건물 외부와 방, 골프장 너머로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태평양... 긴 비행과 시차, 사랑하는 분을 잃은 슬픔으로 기진맥진한 저녁이었는데, 따뜻한 수영장 안에서 바다가 보이는 기가 막힌 풍광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Day 2) 시차가 적응이 안 되어선지 LA에서 San Diego로 향하는 2-3시간의 운전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아무리 와이프와 얘기하고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도 눈은 왜 자꾸 감기는지... 결국 Rest Area에서 30분쯤 눈을 붙이고 나서야 제대로 운전할 수 있었다.  


San Diego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코로나도 섬에서 끝내주는 경치를 본 뒤 야구장 근처 Hilton Bayfront에 짐을 풀었다. 호텔 자체도 굉장히 모던하고 깔끔했지만 여기는 무엇보다 위치가 사기였는데, 근처에 유명 관광지인 Gaslamp quarter, Old town, 컨벤션 센터 등이 있으며 야구장은 걸어서 5분 거리이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Padres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관중들도 많고 열기도 대단했다. 올해 엄청나게 잘 나가는 김하성 선수는 1번 타자 3루수로 출전했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타석에서 큰 활약을 하진 못했고, 대신 다른 선수들이 홈런을 뻥뻥 때려대서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 날의 백미는 경기 시작 전 시구였는데, 여자친구가 던진 시구를 받은 남자가 마운드로 걸어오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고 무릎을 꿇는다. 깜짝 놀라던 여자는 이내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친구와 키스를 나누는데, 이 모든 프러포즈가 전광판으로 생중계되며 객석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했다.
  




(Day 3) 아침을 먹고 San Diego 올드타운에 들렀다. 초기 캘리포니아 개척자들이 세운 마을로 200년이 넘은 집과 교회 건물등을 불 수 있다. 전체적으로 멕시코 느낌이 강하게 나는 관광지이고 다양한 기념품샵과 음식점이 있어 1-2시간 보내기 괜찮은 곳이다.



다저스타디움은 2017년 구장 투어로 방문했지만 경기 관람은 처음이었다. 내셔널리그 최강 두 팀 Dodgers와 Braves의 경기이다 보니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9회 말까지 다 보고 기념품 쇼핑까지 하고 나오다 보니 트래픽이 어마어마했는데, 혹시 다음에 경기를 보러 가신다면 8회쯤에는 나오시는 걸 추천한다.  




(Day 4)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Disneyland! 아이가 Cars의 광팬이다 보니 집에서 수백 번을 돌려봤는데 덕분에 우리 부부 모두 등장물, 대사, 스토리를 달달 외우다시피 한다. 그 덕분에 세 가족 모두 세세한 영화 속 디테일을 충실하게 재연한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대표적 탈거리인 'Radiator Springs'는 영화 전체 스토리를 간략히 보여주는 전반부와 레이싱 트랙에서 신나게 달리는 후반부 모두 완벽했다.  


Disneyland에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FastPass를 $25에 사서 줄 서는 시간을 줄이는데, 가족 중 장애인이 있는 경우 DAS (Disability Access Service)를 신청하여 추가 비용 없이 동일한 혜택을 가족 모두 누릴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2일 전까지는 신청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아침에 customer service center로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어서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보러 간 마지막 경기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스타디움 자체야 너무 예뻤는데, 이번에 실물 꼭 보고 싶었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하필 이날 오전 당한 옆구리 부상으로 결장을 하게 된 것이다.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 앤서니 렌던 등 핵심 타자들이 죄다 부상으로 빠진 엔젤스 라인업은 이게 메이저리그 팀인지 트리플 A인지 헷갈릴 정도였고, 앞선 두 경기보다 눈에 띄게 경기 퀄리티나 긴박감도 떨어진 것에 실망한 우리 가족은 5회가 끝나고 호텔로 향했다.





한해에 이 정도로 야구장을 많이 가게 될 일이 앞으로도 또 있을까 싶다. 긴박한 한국행과 시차의 여파로 지친 몸을 이끌고 다닌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여행이 주는 쉼과 즐거움이 있어 다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일상에 돌아올 수 있었다. 혹시 LA 근교 야구장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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