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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Apr 10. 2021

Louisville Slugger 박물관을 가다

2019년 2월 중순, 추운 날씨를 뚫고 신시내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농담으로라도 관광명소라고 말하기 힘든 이 곳을 찾은 이유는 MLB 야구팀인 신시내티 레즈 (Cincinnati Reds)도 이곳의 번화가를 찾기 위해서도 아닌, 차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켄터키 (Kentucky) 주의 소도시인 루이빌 (Louisville)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마 KFC (Kentucky Fried Chicken) 때문에 켄터키라는 이름이 익숙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켄터키는 미국 중부에 있는 인구 5백만의 주이며, 옥수수로 빚은 버번 위스키 (Bourbon Whiskey)로 유명하다. 또한 유명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 미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등이 이 곳 출신이기도 하다. 


루이빌 중심가에 서 있는 다비드상



켄터키에서 제일 큰 도시 중 하나인 루이빌은 또한 켄터키 더비 (Kentucky Durby)의 개최지로도 유명하다. 1870년대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경마 행사인 켄터키 더비는 실제 경마장을 방문하는 인구가 수십만에 TV 시청 인구가 천만이 넘어가는 큰 행사로, 전통을 워낙 중시하기에 관람객들도 옛날 복장을 하고 구경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추운 겨울이라 말들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 내부도 구경할 수 있고 박물관 내부의 다양한 전시품들도 볼 수 있었기에 관람은 꽤나 즐거웠다. 


켄터키 더비가 열리는 Churchill Downs 경기장에서






드디어 나의 목적지 루이빌 슬러거 박물관에 도착했다! 루이빌 슬러거 (Louisville Slugger)는 켄터키 루이빌을 소재로 하는 유명 야구용품 회사다. 프로들이 쓰는 나무 배트부터 아마추어가 쓰는 알루미늄 배트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곳이며, 많은 MLB 선수들도 이곳에서 만든 배트를 - 물론 자기의 취향에 맞춘 - 사용하고 있다. 내가 즐겨 쓰던 여러 알루미늄 배트들도 루이빌 슬러거에서 만든 것이었는데, 반발력도 반발력이지만 공을 쳤을 때 찰진 손맛을 참 좋아했었다.  


입구의 거대한 배트 모형. 무게가 수십톤에 달한다고 한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면 루이빌 슬러거의 배트를 사용했던 여러 유명 선수들의 마네킹, 배트의 제작 과정, 선수들이 사용했던 글러브 & 배트 등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MLB 현역 선수들이 실제로 쓰고 있는 다양한 배트들을 만져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시나 프로들의 배트는 길고 무거워서 제대로 스윙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긴 이런 걸 들고 150km짜리 강속구를 칠 수 있으니 그 많은 돈을 받는 거겠지.


박물관 내부의 전경



관람 후반부에선 실제 배트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몇몇 과정은 순수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지만 많은 공정이 기계로 이루어지며, 기계 내부에서 목재가 깎여나가며 배트 모양이 잡히는 것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배트가 완성될 단계가 되면 목 쪽에 김이 풀풀 나는 인두로 꾹 눌러 Louisville Slugger 특유의 로고를 새겨서 마무리한다 (사진이 있다면 좋을 텐데 한장도 남아있지 않은걸 보니, 아마 보안상의 이유로 금지되어 있지 않았었나 싶다). 맨 마지막은 늘 그렇듯 기념품점인데, 인심 좋게 조그마한 야구 방망이 모형을 사람당 하나씩 나눠준다. 방망이모형, 모자, 티셔츠, 컵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나도 로고 박힌 검은 티셔츠를 하나 사서 지금까지 잘 입고 있다. 




아마 나처럼 야구광이 아닌 바에야 박물관 하나 보러 루이빌을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야구팬이 미국까지 왔으면 가봐야지!' 하는 숙제하는 기분으로 찾아갔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볼거리도 체험할거리도 많은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혹시라도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더 들러서 나무 배트를 한 자루 장만해야겠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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