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내가 없는 나

by Okipokiyoki

언제나 그렇게 살아왔다. 배려하고 이해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는 줏대가 없다고 했고, 누구는 고마워했다. 사람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20년 이상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저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한 번만 양보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일 뿐이었다. 맞춰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게 옳다고 믿었다.


자기 주관이 없다는 말이 맞다.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조차 모를 때가 많았다. 이기적인 것을 싫어하지만, 희생'만'하는 것은 반대로 나에게 몹쓸 짓이었다. 무색무취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무슨 생각인지, 무얼 좋아하는지 묻는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옆에 있는 사람의 의견 또한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니 타인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다. 충격적이었다. 점점 더 색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습관은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고 있었다.


부쩍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고, 나를 알아야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생을 당연시 여겼던 내 삶을 되돌아볼 기회였다.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부터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던 모습까지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평생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글을 쓰다 울컥하기도 하고, 미소를 띠기도 했다. 밑바닥의 나를 마주했을 땐 기분 나쁜 즐거움이 있었다. 노트를 덮고 글을 마무리 지었을 때 나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너무 늦은 건 아닐지 모르겠다.


아직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나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다시 나를 잃어버릴 것이다.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럽기도 할 것이고, 상처 받기도 할 것이지만 성장통 이리라. 몇 개월 혹은 몇 년후에 내가 오늘의 나를 기억하고, 고마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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