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가 있습니다
사랑과 아쉬움을 담아 미국 아들 헨리와 작별인사를 하고 오는 제시, 그리고 공항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셀린이다.
차를 타고 나누는 대화들은 사랑스럽다. 딸의 사과를 빼앗아 먹는 제시, 이를 나중에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영상으로 남겨놓는 셀린.
결혼 10년차 커플의 현실적인 모습을 상상했던 나는 살짝 희망을 봤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싸운다.
잘못 없는 아이는 미워할 수 없지만, 신경 안 쓰일래야 안 쓰일 수가 없는 그의 엄마, 아니 '전 부인'의 존재.
내가 없는 동안 나의 남편 제시와 한때 사랑했고, 아이를 낳았고, 10년 동안 같이 살았던 그녀의 존재.
셀린이 예민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아마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제시가 아들 옆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것은.
은연 중에 그걸 항시 느껴왔을 셀린은, 그것이 본인의 커리어와 터전을 다 포기하라는 뜻이냐고 화를 내지만
실제로는 그런 건 상관 없다. 문제는 '사랑'의 크기다.
셀린은 사랑의 크기를 의심하고 비교한다. '전 부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전 부인에 대한 사랑과 단 1도 상관 없을 거라고 쿨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자는 없다. 셀린에게 '시카고 행'이란, 본인과 요정 같은 쌍둥이 딸보다 전 부인과의 사랑의 결실인 의붓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제시의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앙금이 남은 제시와 셀린은 상대 부부의 선물인 '멋진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고사하지만
결국 그곳으로 향한다.
부부에게도 데이트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아이들 없는 둘만의 시간에 셀린은 묻는다.
"지금 이 모습이었더라도 내게 기차에서 내리자고 물어봤을 거야?" (나의 지금 모습도 사랑해?)
사랑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이러한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점점 무르익는 분위기에 정점을 찍었어야 하는데...
헨리의 와장창으로 다시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저 깊은 무의식에는 헨리가, 과거가 있다.
끝이 안 나는 싸움과 보이지 않는 타협점 속에서
결국 셀린은 탈출한다.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일은 누구도 어쩔 수 없다.
이 부부는 이 문제를 '안고' 가야한다.
이게 과연 불행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투의 기저에는 분명 사랑이 있다.
'너에게 내가 1순위로 생각되고 싶어, 전 부인의 아들이 아니라.'
어쩌면 축복이다.
'니가 어떤 여자/남자와 뭘 하든/했든 상관 없어' 라는 마음은 곧
관계의 끝, 헤어짐이다.
이 둘은 아직 서로를 너무 사랑한다.
이 까끌까끌하고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웠던 순간
이 영화가 '인생'에 대한 영화임을 느끼게 해준 대사 하나
더 이상 곁에 없는 본인의 파트너를 절절하게 그리는 이 노부인처럼,
치고 받고의 연속인 제시와 셀린도 먼 훗날 그렇게 되지 않을까?
질투의 기저에는 사랑이 있으니까.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할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