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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쏠라미 May 05. 2021

일단 내 기분이 별로니까

내 마음 이해하지?

  

우리집 가까이에 살고있는 내 친여동생은  수영도 하고 골프도 면서, 피부과도 다니고 스파도 통크게 결제해놓고 관리받는 애엄마다.

심지어 요즘은 20개월 된 아이를(조카) 친정에 한 번(은 주말에), 나에게 한 번(평일 낮), 자기 남편에게 한 번(야간) 맡기면서 친구들과 골프 라운딩도 다닌다.


  나보다 더 바쁜 동생은 제부와 통화하면서 왜 이렇게 라운딩을 많이 다니냐며 바가지를 긁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서 "지는!" 하고 짧게 외쳤다.

 통화를 다 끊은 동생이 왜 자기한테 시비냐며 화를 냈다.

대화 내용을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참견이냐며 불쾌했을 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내 인생은 좀 억울한게 많다보니 괜히 동생에게 불똥이 튄 걸 알면서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못했다.



  주말부부였던 나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4개월이 되었을 때 남편따라 경기도로 이사와서 혼자 두 아이를 키워냈다.

바쁜 남편에게 집안일까지 신경쓰이게 하고싶지 않아서 타지에서 홀로 묵묵히 두 아이를 키워냈던 나.

남편 또한 그 시절 맨땅에 헤딩하 듯 전쟁터같은 일터로 출근하며 맘고생 몸고생을 했을 터.

우리 부부전우애로 똘똘뭉치게 해준 눈물없인 못 들을 그 시절, 이 얘긴 나중에 기회되면 허심탄회하게 해보기로 한다.

순간 이게 왜 떠오르면서 뒤늦은 억울함이 밀려왔는지 참 못났다.


나는 내 불행했던 유년시절의 상처와 트라우마 때문에 상대방을 늘 아픈 눈으로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 아들에게도 그랬고, 이제는 가까이 사는 여동생에게까지 행여나 '힘들지는 않을까' 미리 걱정하고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그러다가도 문득,

'나는 저보다 더 힘들었는데 팔자 좋게 살면서 앓는소리하네. 꼴사나워' 하는 기분이 들면 입에 칼심을 문듯이 동생에게 쏴붙였다.

(이 무슨 싸이코패스같은 이중성인가)

오늘 그 찰나에 뱉은 말 "지는" 이 또한 나도 모르게 그냥 내뱉는 말이었다.

뇌를 거치지 않은 말.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 신경질로 변해 뇌를 거치지 않고 뱉어버린 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온 날 것의 멘트.


내 밑마음이었다.


인정. 그래 인정한다. 못났다 정말.

고작 이따위로 밖에 말을 못했을까.

나의 밑마음의 실체가 이런거였을까.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으면 내 속마음을 후련하게 얘기하면서 동생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했을텐데.


이제 다시 자책의 시간.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습관처럼 상대를 아픈눈으로 바라보고, 내가 그랬듯 저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며 혼자 안타까워했는데.

지금 이 순간은 누구 배려하고 그럴 여유없어. 그러니까 매정하다 싶으면 잠시 나에게서 거리를 두든지 원.




더 이상 스스로 연민이라는 감옥에 가두고 싶지 않아졌다. 니들 기분이 뭐든간에 난 이제 내 마음부터 알아줘야겠어.


"아. 나 지금 기분이 완전 별로야. 이런 기분 알지?좀 그냥 냅둬."


이젠 이런말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2021.4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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