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피치의 요술봉, 잃어버린 기회
어렸을 때, 아마 여섯살 때였을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무슨 날이었던 것 같진 않다. 어쩌면 무슨 날이 지났거나 다가왔어서 그랬던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아파트 상가 일층에 있던 문구점엘 데리고 가셨다.
문구점이라기 보다 사실 동네 문방구였다. 요즘은 보이지도 않는 그런, 만득이 책부터 훌라후프까지 웬만한 건 다 파는 문방구. 날 거기 데려가셔선 웨딩피치 요술봉을 사주셨다. 버튼을 누르면 화려한 불빛이 들어오고 음악도 나오는 요술봉이었다. 티비에서 하던 만화영화에서 정말 웨딩피치가 들고 나와 사용하던 그것이었다.
꽤 오래 갖고 놀았다. 그러다 건전지가 닳고 불빛이 희미해지고. 그렇게 되고 나서도 몇 번 더 쥐어봤던 것 같다. 그 플라스틱은, 그러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사라지던 순간은 흐리멍덩하게 잊혀져 버렸지만 이 플라스틱을 갖게 된 그 처음의 기억만은 아주 확실하다. 엄마가 이유없이 날 데리고 문방구에 가서 웨딩피치 요술봉을 사주셨던 기억. 갑자기 만약 아직 그게 어디 남아 있다면 꺼내어 한 번 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만화영화에서처럼 요술같은 건 부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그냥 그 뾰로롱하는 조잡한 음악소리와 플라스틱 속에서 번쩍이는 불빛을 보고 싶었다. 그걸 보면 나만 아는 어떤 비밀, 잊고 있었던 요술을 부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내게 그 요술봉을 사준 건 그 요술봉이 실제로 요술을 부릴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너무 어린 내게 엄마가 말하지 않았던, 그리고 지금은 엄마도 잊어버리고 만 어떤 요술이 그 요술봉 안에 실제로 들어있었던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클대로 커버린 지금, 사라진 요술봉과 함께 난 뭘 잃었을까. 어린 시절 나에게 그 요술봉이 부린 요술, 또 내가 써먹어 볼 기회를 놓쳐버린 요술은 대체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