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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Jan 22. 2017

을지로입구다.

문이열린다. 네가 쏟아져 들어온다. 문이 닫히고도 넌 거기 있다.

지하철에 앉아 출근을 한다. 머리가 맑지 않은 아침시간이라 눈을 감아버리거나 책을 읽는다. 요즘은 가방 속에 책이 있고 스마트폰으로 바쁘게 이것저것 자료를 읽는다. 주기적으로 열차가 서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문이 닫힌다. 좌우에 앉는 사람이 달라질 때마다 그들 개인의 특이한 향취가 난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달콤한 커피냄새가 쏟아진다. 을지로입구역이라는 신호다.
을지로입구역 지하에는 더베이크가 있다. 지하철 역사 안에 흔히 있는 빵집이다. 지하철 역사 안은 신선한 공기가 지나지 않아 텁텁한 먼지 냄새를 낸다. 뿐만 아니라 들끓는 사람들의 땀냄새와 머리냄새, 신발냄새가 어지럽게 뒤섞이고 철마다 품목을 바꾸는 간이 매장의 좀약냄새, 포장 비닐 냄새도 난다. 이렇게 온갖 냄새가 경합을 벌이는 지하철 역사에서 단연 사람들의 코를 사로잡는 냄새는 바로 커피번의 향이다.

수 년 전 로티보이라는 빵집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진한 모카 향이 나는 '번'을 파는 가게였다. 그 당시엔 번이라는 빵을 파는 곳이 별로 없었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도 로티보이에서 파는 것 같은 번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빵집의 선반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의 크림빵 종류나 빵의 윗부분이 노릇한 곰보로 뒤덮인 소보로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커피번'이라는 빵은 '로티보이'라는 대명사로 불리곤 했다. 그 집 근처에만 가면 커피같기도 하도 크림같기도 한 고소한 냄새가 유혹적으로 풍겨왔다.

이 냄새다. 더 베이크에서 풍겨내는 그 달콤한 향취. 지하철에 가득한 온갖 냄새-짭쪼름한 냄새, 텁텁한 냄새, 시고롬한 냄새까지. 이 달콤한 커피 냄새는 그 모든 냄새 위를 이불처럼 덮고 내 코와 뇌를 한 번에 마비시킨다.

오늘도. 을지로입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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