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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Nov 11. 2016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내가 아닌 '너'를 위해 아파하기

엄마가 이런 말을 하셨다. 지난 해 가을, 걸어서 올림픽공원에 처음 와보셨다고. 그 때 그렇게 예쁜 가을 풍경을, 낙엽과 단풍과 억새꽃,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셨다고 하셨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걸, 이렇게 좋은 걸 나는 그 동안 모르고 살았구나. 이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드셨다고 말이다.

어여쁜 가을 풍경은 매 해 그 자리에 있었을 터인데 엄마는 너무도 바쁘게 우리를 돌아보시느라고 몰랐겠구나. 엄마는 이런 걸 찾아보기도 쉽지 않으셨겠구나. 마음이 아팠다.
산에 가서도 공원에 가서도,

우리 딸, 이런 데도 와 보고 출세했네.

언제 또 올 지 모르니까 이것도 마저 보고 가자.

또,

너랑 이렇게,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라시는 엄마를 보며, 십 년 전의 난 지금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어리석었던가하며 새삼 가슴아파한다.


지나간 걸 두고 후회하고 아파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다.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스스로를 무너지게 할 뿐, 아무 좋은 일도 일어나게 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좀 미안해하는 건 괜찮겠지, 생각해본다. 나 자신을 두고 후회하고 아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너'를 두고 아파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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