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leap Mar 19. 2019

(3)평범함

나는 정말이지, 평범해지고 싶어.

한떄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남들 일어날 때 일어나고 남들 밥 먹을 때 밥 챙겨 먹고, 남들 자는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삶. 그런 하루하루가 간절했다.

주말이면 쉬고, 공휴일에는 출근하지 않고 일 년에 며칠씩 정해진 휴가가 있는 삶.

그런 삶이 나에겐 평범함의 의미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가며 살았던 사람에게 평범함은 옮겨다니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여 사는 삶이라고 했다.

정착하는 것, 변화가 없는 것. 그런 것이 평범함에 관한 핵심어인걸까.


그런데 아무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을 사는 것이 평범함인가, 라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버린다면, 그럼 어떻게든 살아도 다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은 모두가 남들과 같거나 다르거나 내 일상에서 적절한 주기로 변화가 일어나서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은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평범하고 싶다!"고 외치는 건 아닐까.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매일 너무 이르지 않은,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매일 너무 늦지 않은,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하루 세 번 밥을 먹고, 그 사이에는 매일 같은 일, 딱히 머리도 몸도 많이 쓰지 않는 단순하고 힘들지 않은 - 그런 게 평범한 걸까,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 어떤 일을 하는 삶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바틀비가 떠오르는 그런 삶. 결국 쓰기를 거부하고 말라죽어버린 곤충처럼 사라지는 그런 삶이 그렇게 외쳐오던 "평범한 삶"의 실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이전글 베스트오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