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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Nov 06. 2015

'기대하기'의 즐거움

막상 뭔가를 이뤘을 때보다 그걸 준비하는 동안이 더 행복하지 않은가?

X솥 도시락의 마요네즈가 들어간 덮밥을 꽤 좋아한다. 별 것도 아닌 것이 맛이 있어서 좋다. 단순해서 요란한 상상을 하게 만들질 않는 음식이다. 그런데 막상 한 입 떠서 입에 넣어보면, 이게 진짜 요상하게 맛이 좋다. 이런 게 바로 '기대 이상'이다.


한 번 맛을 알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이 덮밥을 생각하면 요상한 그 좋은 맛이 '기대'된다. 그렇지만 그 맛은 이제 '이미 아는 맛'이 되어 매우 놀랍거나 신선한 느낌을 주진 못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맛좋은 맛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에 요상히 맛좋았던 것이지 이게 절대적으로 '엄청난 맛'은 또 아닌 게 사실이니까.


그래도 여전히 나는 마요네즈가 들어가는 그 덮밥을 꽤나 좋아한다. 그 덮밥을 먹는 과정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때는 바로 덮밥을 비비기까지의 시간이다.

옆에서 보면 "쟤 지금 뭐하냐?"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난 그 덮밥에 소스를 뿌리고 젓가락으로 살살 섞어주는 동안 정말, 아주 많이 즐거워한다.


뇌에는 보상에 반응하는 신경 세포가 있다.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녀석인데, 이 녀석은 경험한 것의 결과를 보상인지 처벌인지로 구분하여 반응함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학습'하게 만드는 녀석이기도 하다.

도파민 뉴런(신경 세포)의 행동에서 정말 재미있는 점은 이 녀석이 이전에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기대'를 하거나 미리 '걱정'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전에 분명 보상을 받았던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는 경우 도파민 뉴런은 이전과 같은 보상을 '기대'하며 보상이 나오기 전에 미리 흥분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이 때 흥분의 정도는 보상의 양이나 질에 비례한다.

만약 기대를 했는데 예상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이 도파민 뉴런은 그 활성이 평소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실망'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하지만, 기대하는 반응과 기대한대로 보상이 주어진 순간의 반응은 다르다. 기대는 기대 자체로 나타날 뿐이며 이 흥분은 막상 보상이 주어지는 순간에는 사라지고 만다.


이게 참 재미있다. 실제로도 우리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동안 에너지를 얻는다. 무언가를 이룰 것이라는, 끝내 뭔가를 얻어내고 말 것이라는 그 '기대'가 우리를 달리게 한다.

신경세포 하나의 행동이 한 명의 인간과 다름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게 아니라 거대한 인간이라 해도 그것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의 모습 이상이 될 수는 없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엇이 맞건 간에 기대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즐거운 일이고.

삶을 굴러가게 하는, 내가 하루하루를 마저 굴려나가려면 '보상'이나 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기대. 즉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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