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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Mar 19. 2020

홍수

넘어지지 않아도 젖는다는 건 모두 똑같다.

어떻게 해야할 줄 몰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래도 되나, 고민할 틈도 없었다. 애초에 규제하는 사람이 없었고, 대부분 흘러가는 대로 두면 잘 되었다.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위험하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실패를 하고도 파괴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보호받지 않는 사람이다.

사실상 파괴되는 것이 더 보호받는 일이다. 파괴되지 않는 사람은 모두가 두려워 피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누구도 그를 보듬고 살피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파괴되지 않기 위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하게 된다.


누군가의 삶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지워지는 걸까.

모든 사람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자신의 생명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스물 몇 살이 될 때까지 왜 어린이었던 적이 없는가. 나에게는 왜 어리광 부리고 나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사람이, 그럴 데가, 그럴 용기가 없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들 때면 죽을만큼 괴로웠고, 누군가가 스스로 책임지는 삶에 대해 말할 때는 겪어보지 않았으면 닥치고 있으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았다.


끊임없이 성공했던 사람. 그 어떤 것도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겐 잘못이 없다.

알고 있어야 할 점은, 그런 이들도 똑같이 기댈 데가, 가끔은 대신 책임지고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정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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