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맛이 변한 건, 사랑이 식어서지 뭐.
애초에 몰고 싶었던 차가 있던 것도 아니고, 이거 샀다며 떵떵거리는 행동은 눈꼴시어하고있던 터였다. 눈에 띌 것도 없고, 적당히 괜찮은 걸로 사면 되었다. 1년도 더 전에 단순히 열쇠를 쓴다는 친구한테 선물할 겸 귀여워서 사둔 열쇠고리가 하나 있었다. 차키를 받으면 고이 넣어뒀던 그 열쇠고리를 쓸 수 있겠네, 그것은 또 기뻤다. 전혀 엉뚱한 데만 관심이 있던 게 맞았다.
그래도 한두푼이 아니니, 무엇에 어떻게 돈을 쓸 지는 알아야 했다. 중고거래를 몇 번 해본 경험은 있지만, 이번은 달랐다. 무작정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주위에서 중고차를 많이 사봤다는 사람, 차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에게 물어봤을 때 들은 조언은, (1)어느 업체/사이트에서 살지를 정하고 (2)매물에서 연식/주행거리는 기본으로 확인하며 (3)가능하면 실물을 봐야 하니 접근 가능한 곳에서 찾아보면서 시세를 먼저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관심 물건을 정하더라도, 절대 "너 혼자서는 가지 말 것" 그리고 가능하면 차를 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갈 것. 이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는 것부터 귀찮았다. 해결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고차는 막상 조금 몰다 보면 수리비가 기본 백단위로 올라가기 시작하기 쉽다는 말을 들으니 더 귀찮아졌다.
별로 애정이 가서 돈을 쓰고 싶은 일이 아니니 자꾸만 귀찮아진 거였다.
그래도 찾아는 봐야했다. 이대로라면 그냥 그만두게 생겼지만 사긴 사야겠었으니까. 원하는 차종따위 없었으니 국내에서 매물과 거래량이 제일 많다는 대규모 업체 위주로 두곳 정도에서만 조금 검색해보고 말았다.
정말 차라면 아무것도 몰랐고, 알고 싶은 열정도 없었던 내가 생각하고 있던 '중고차 가격'은 사실 터무니 없었다.
경차를 새로 뽑으려면 천만원 정도면 된다고 했다.
내 기준은 그거였다. "새차보다는 싸야지."
이런 마음과 생각을 할 바에 애초부터 새 차를 사야했다. 투덜거리는 나에게 오빠가 한 가지 옵션을 더 만들어줬다. 매차환입이라는 것. 이건 그야말로 새차인데, 차량 운행에 문제가 되지 않는 어떤 결함 때문에 구매자가 인수를 거부한 거라서 좀 더 저렴하다고 했다. 신이 나서 그 목록을 살펴봤는데 애초에 자동차의 시세라는 것을 모르다보니 뭐가 더 싸고 뭐가 문제있는 결함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단히 몇백만원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찾아가서 들여다보고 따져보고 할 만큼의 애정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거다 사실.
그래서 결국엔 새차를 살펴보기로 했다. 전시장에 가서 차를 보고, 가격도 본 뒤에, 매차환입가와 비교하고 바로 결정해도 될 일 아닌가. 그러고보니 또 이렇게 하는게 훨씬 쉽고, 간단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방법이었으니. 우스웠다.
정말 더 싸면서 좋은 차가 있을 거라는 생각보다,
매장에 가면 구매를 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난 아직도 그 철 덩어리를 사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