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leap Jul 02. 2020

자주 보아야 더 예쁘다, 자주 먹어야 더 맛있다

가장 중요한 건 놀랍게도 '외모'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내가 뭘 모르는지부터 모른다. 내가 뭘 모르는지, 알고 싶은 게 뭔지, 알아야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차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딱 이 상태였다. 거기에 별다른 관심이나 애정도 없었는데, 어쩌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나 애정이 생기기도 어려웠던지 모르겠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직업이 자동차와 관련된 친구였다. 아무래도 일로 차를 다루면 잘 알겠지, 싶어서 뭘 확인해야하는지 물어봤다. 정답은, 기계적인 요소도 무엇도 아니었다. 내 눈에 예쁜 것.

모든 물건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조건은 바로 이것이다.

 내것이 된 뒤에 잘, 그러니까 자주,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가.


7년 전쯤에, DSLR을 구입했다. 그 이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어서 카메라를 사고 싶어했는데, DSLR은 학생이었던 내가 덜컥 구입하기에는 아무래도 덩치도 크고 가격도 비쌌다. 물론 주위에 DSLR을 사용하는 친구는 많았다. 당시 굉장히 유행이기도 했고.

어쨌거나 내 사정에서 그것을 덜컥 사기는 어려웠고, 실제로 내 것이 생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는데 그 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던 요소가 바로 카메라의 '외모' 였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구입할 때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었는데, 그 때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것의 외양이었던 것 같다. 내 눈에 예뻐보이는가. 내 눈에 예뻐야 눈도 손도 자주 간다. 좋아하고 정이 들어야 자주, 그리고 오래 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그 물건에 더 익숙해지고 그것을 더 잘 알게 된다. 익숙해지고 길들이게 되는 것이다. 또, 사진을 공부하던 친구 DSLR을 구입하는 데 있어 기능적인 면을 따져볼 수도 있지만, 전문적으로 그런 기능들을 따져가며 사진을 만들어낼 일이 없다면 내 눈에 예뻐서 자주 손이 가게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사실 일상에서 취미로 찍는 사진인데 그럴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건 카메라뿐 아니라 모든 물건에 해당한다. 매일 입는 옷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카메라를 살 때는 사실, 꽂혔던 모델이 있었다. 거리를 다니다가 우연히 본 하얀 바디의 카메라였는데, 그립 부분의 색깔을 조합할 수 있는 펜탁스의 k-x기종이라는 걸 알아냈다. 모델 하나에 꽂히면 굉장히 쉬워진다. 그 모델의 스펙을 확인해서 나에게 적당하고 충분하면 된다. 그리고 가격대 역시 정해져있으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해보기만 하면 된다. 만약 기능이나 가격이 나에게 적당하지 않다면, 디자인에서 조금씩 내가 참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며 대상을 바꾸면 된다.


그런데 자동차는 그렇지가 않았다. 꽂힌 모델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째 싫은 것은 또 있었다. 그리고 차의 경우, 그 가격대가 엄청나게 큰 제한 요소로 다가왔기 때문에 가격대를 먼저 고르는 게 필요했다.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 차들을 보니 가격대가 일정하게 몇 개 밴드로 형성되어있었다. 싫은 걸 먼저 골라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골라 보니 두 종 정도만이 비교대상으로 남았다. - 역시 금액이 커지니 선택의 폭이 쉽게 줄어드는구나... 라고 했지만 남은 두 개의 선택지에서 고르질 못했다.


이제 직접 봐야했다.

차는 같은 종이라고 해도 색상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의외로 다니다 보니 굉장히 다양한 차종이 길에 보였고, 또 한 차종의 차만 해도 여러가지 색깔이 다양하게 보였다. 길에는 정말로 차가 많고도 다양하다. 두 개 중에 내 마음에 더 든 것은 그러나......

아빠의 눈엔 탈락이었다. ㅋㅋ 그리고 아빠가 차를 샀던 딜러에게 물어봤을 때도 추천받지 못하면서 내 마음에 더 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 다른 차종이 선택되었다. 어차피 아주 애착이 가는 모델이 있던 것이 아니었으므로 아무래도 좋았다. 운전을 오래 했고 잘 아는 사람(아빠 그리고 딜러)의 말이 맞다고 쉽게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가격을 협상할 차례였는데. 역시 모든 일에서는 마무리가 가장 중요한 법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맞았다. 이제 가격만 보고 구매하면 된다, 가 아니라 이제 정말 시작이었다.

이전 03화 애정이 없으면 귀찮아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