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leap Sep 11. 2022

헤어지는 뒷모습

우리는 사랑했을까?

페이스북에서 아는 분이 오랫동안 타던 차를 처분하셨다는 소식을 봤다. 트럭이 승용차를 뒤에 연결해서 데려가고 있는 뒷모습이었다. 새 차로 구매한 것은 처음이었고 가족에게 추억도 애정도 많은 차라서 가족 모두가 아쉬워한다고 써있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사진 속 자동차의 뒷모습이 조금 다르데 보였다. 가족들이 모두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차라니. 나는 그런 걸 경험해보지 못했다.


기억나지 않는 우리 가족의 첫 차는 검은색 프라이드였다. 2000년대에 나온 것과는 외모가 상당히 다르다. 각지고 안테나도 달려있다. 새 차였는데 1년 정도 겨우 타다가 내가 4살 무렵에 차를 처분했다고 한다. 첫 차였고 새 차였으니 아끼고 사랑하며 탈 법도 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큰 사고를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 차에 '아주 질려버렸고, 꼴도 보기 싫었다'고 하셨다.


가족 모두의 '추억'이 많은 차는 아마 아빠의 두 번째 차가 아닐까 한다. 역시 새 차였고 은색 아반떼였는데, 그런 세단으로 온갖 날씨에 온갖 지형을 주행했다. 말 그대로 그 차를 타고 보낸 시간과 거기서 생겨난 기억이 너무 많다. 사실 이 차를 타고 만든 많은 기억이 추억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이 차에 익숙해졌을 뿐 이 차를 사랑하진 않은 것 같아서다.

이렇게 오래, 많이 우리 가족을 태우고 다닌 이 차를 왜 치워버렸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족 중 누구도 아쉬워하거나 이 차를 못 보내겠다는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아빠에겐 세 번째 새로운 차가 생겼고, 이 은색 아반떼는 외갓집 마당으로 옮겨졌다. 방학마다 외갓집에 갈 때면 마당에 우리 차가 있는 것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어색함은 아쉬움이나 미안함, 그리움 같은, 그 차에 대한 애정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가족 누구도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물론 어느 물건의 경우에도   있는 말이지만, 차를  때는 특히   눈과 손에 애정이 담기는 것으로 고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랑해야 서로  보살피고 도와줄 거고, 그래야 오랫동안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면서 함께할  있으니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사이라면 헤어질  얼마나 아쉽고 그리울까. 주위에서 타던 차를 처분할  아쉽고 속상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렇게 생각이 된다. 그리고 난 그런 게 좋아보였던 것 같다. 겪어본 적 없고 이해되진 않지만 무언가를 정말 사랑하게 되는 것. 그래서 헤어질 때 너무 아쉬워지는 것. 그래서 내가 차를 사게 된다면 그건 사랑에 빠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 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전 01화 미웠으면 미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