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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Oct 08. 2022

자동세차장은 들어갈 수가 없다

손세차, 별 거 없잖아

“처음 아니세요? 일단 오세요~ 한가할 때 와야 하니까 전화 미리 해서 확인하시고요. 지금 오면 딱인데.”

세차를 하는데 사장님의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줄은 몰랐다. 내가 알고 있는 손세차는 그냥, 방청소 같은 거였으니까. 세차를 어떻게 하는지가 아니라 세차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물어봤을 뿐인데 사장님은 굳이 자신이 있을 때 와야 한다며 전화를 절대 끊지 않고 계속해서 아주아주 친절을 베푸셨다. 손세차하는 데 별 거 있나 그냥 하면 되지. 안 해봤지만 당연히 할 줄 아는 걸 왜 그리 설명하려고 하시는 건지, 그런 참견과 과도하게 느껴지는 친절이 무서웠다.


어릴 때 아빠는 주말마다 학교 운동장에 가서 세차를 했다. 엄마랑 같이 물 뿌리고 비누칠하고 실내도 청소기로 곳곳을 빨아들였다. 방학이면 시골에 있는 외갓집, 이모집에 갔는데 너른 마당과 긴 호스가 있는 그곳은 학교 운동장보다도 세차를 하기에 더 완벽한 곳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빠 엄마는 세차를 정말 많이, 자주 했던 것 같다.

아빠와 엄마가 세차를 하는 동안 오빠와 나는 주위에서 그냥 놀았다. 세차를 어떻게 하는지는 관심 없었다. 사실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집안 대청소를 하는 거나 같아 보였다. 문을 다 열고 먼지 쓸고 걸레질하고.

그래서 어릴 때 난 세차는 다들 직접 하는 건 줄 알았다. 차가 크다고 해봤자 부피가 집에 있는 방 한 칸만 할 것 같았고, 그럼 집안 대청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인가부터는 아빠와 엄마가 세차를 하지 않았다. 가끔 아빠는 주말에 양동이에 물을 받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고 내려가서 차 표면을 걸레로 슥슥 닦긴 했다. 그게 다였다. 아빠 엄마가 손세차를 그만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직장에 다니며 내가 일해서 돈을 벌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십 년도 더 뒤의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천 원 하는 자동 세차 비용이 얼마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던 나이였다. 자동세차기는 그저 몇 천 원에 빠르게 누가 대신 세차를 해주는 것으로만 생각됐다.


그럼 그냥 주유소에 딸린 자동 세차기에 들어가면 됐을 텐데 왜 그랬을까.


오빠가 언젠가 주행 중 도로 앞쪽에서 날아온 돌이 앞유리 중앙 바로 위의 지붕을 치고 지나갔다고 했다. 위험했냐 차에 큰 흠집이 났냐 보다 중요한 건 그때부터 자동세차를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됐다는 거였다. 오빤 자동세차를 하면 차 표면이 긁힌다고 했다. 그 말 때문이었다. 그 말이 진짜 일까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일리 있었다. 세차기 안에서 돌아가는 거친 솔에 뭐가 붙어있을지 어떻게 알아. 그냥 흘려들었던 그 말이 내 차가 생기고 나자 어찌나 선명하게 떠오르던지.

그래서 난 자동세차장에 도무지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전화 한 통에 이미 충분히 참견이 많았던 사장님이 너무 겁났지만 그 세차장에 가긴 가야 했다.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특히 봄철의 그 송화가루란)로 범벅이 된 차는 이대로 두었다간 자연스레 침식될 것만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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