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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Oct 21. 2022

차 어디선가 괴이한 소리가 났다.

그럴 땐 지렁이를 심어주세요?

큰 수박을 시원하게 쪼개 먹고 싶었다. 작은 수박이나 조금씩 잘라 파는 건 왠지 맛이 없다. 그런데 큰 수박 한 통을 다 먹어낼 자신은 또 없었다. 집 앞이 대형마트가 세 개나 있는데 굳이굳이 차로 30분 떨어진 농수산물 시장을 가는 이유였다. 친구와 같이 수박 한 통을 나눠먹으려는 계획이었다.

수박 한 통을 먹으려고 2주를 별렀다. 벼른 만큼 날도 좋았다. 여름 같지 않게 하늘이 새파랬다. 차창을 여니 시원한 바람—과 챡! 챡! 하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뭐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어디 나뭇잎이라도 낀 건가? 였다. 바람에 나뭇잎이 가볍게 찰싹이며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신호등 앞에 서서 양쪽 창을 끝까지 내렸다. 정차하자 소리도 멈췄다. 잘못 들은 건가? 초록불이 들어오고 다시 천천히 출발했다. 사이드미러에 아무 특이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속도가 조금씩 올라가자 다시 소리가 들렸다. 쌕-쌕- 뭔가가 쓸리는 듯한 소리였다. 분명히 운전석 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는데, 정말 나뭇잎이 찰싹거리는 정도의 소리였고 더 커지지는 않아 우선 시장까지 달렸다.

시장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내려 차 곳곳을 살펴봤다. 어디 뭐가 달라붙거나 끼어있는 것도 아니었고, 타이어도 외관도 모두 멀쩡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친구가 와서 차에서 나던 소리는 잊고 시장을 구경했다. 사실 도착하고 보니 벼르고 별러 간 그날이 농수산물 시장이 반기에 한 번 쉬는 날이었다. 수박은 사지 못했지만, 가공품 시장은 열려있어서 구경을 하다 보니 걱정은 싹 지워졌다. 수박도 못 샀는데 맛있는 거나 먹고 들어가자며 친구와 근처 맛집을 찾았다. 창도 닫고 떠들면서 가다 보니 차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신경도 안 쓰였고, 창을 열었대도 들리지도 않았을 거다.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느라고 후진을 하는데 갑자기 끼이익—-하는 큰 소리가 났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분명 내 차에서 난 소리였다. 친구도 깜짝 놀랐지만 나는 주차장은 바닥 재질 때문에 원래 소리가 크잖아,라고 말하며 다시 서서히 차를 움직였다. 그런데 이 불길하고 큰 소리는 차를 움직일 때마다 끽끽거리고 났다. 정말로 보통 주차장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크고 불길한 소리였다.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면서 내내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토요일이어서 자동차 정비소도 오후엔 문을 닫을 거였다. 근처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정비소를 검색해서 전화를 했더니 오후 1시까지 오라고 했다. 친구도 있고 밥도 시켜놨으니 일단 먹고는 가야 했다. 그곳에서 20분 거리였다.

친구는 경차를 탄지 꽤 몇 년이 됐는데 자기 차에서도 최근 끽끽거리는 소리가 났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맞아, 괜찮을 거야~ 문제 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라고 답하고 웃어보려 했지만 속은 정말 무섭고 불안했다. 되게 예쁜 브런치카페였는데, 뭘 시켰고 무슨 맛이었는지도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렇게 밥을 후딱 먹고 나니 열두 시 반이었다. 친구 집이 근처라 혼자서 아주 급히 정비소를 향해 갔다. 시간이 아주 촉박한 건 아니었지만 딱 맞춰 갔다가 혹시 문을 닫을까 봐 너무 걱정이 됐다. 정말 땀을 흘리며 정비소에 도착해 점검 접수를 하고 삼십여분을 기다렸다.

정비사분이 불러서 가보니 운전석 쪽 바퀴에 머리가 엄지손톱만 한 나사가 박혀있었다. 그게 바닥을 긁으면서 낸 소리였다.


생각해보니 그 주에 태풍이 와서 금요일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졌었다. 그리고 금요일엔 느지막이 일어나 출근을 늦게 했고, 주차장이 모두 만차여서 진흙과 돌바닥인 임시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금요일 아침부터 박혀있던 거였다.


나사가 위치를 제대로 잡고 박혀 터지거나 바람이 새지 않아 계기판에 타이어 경고가 뜨지도 않은 거였다. 오히려 다행!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러다 순간 어떻게 바람이 빠졌다면 어쨌을까 아찔하다.

그럼 이거 어떻게 해요….

그때가 차를 산지 겨우 네 달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타이어에 마모가 있을 리도 없어 타이어를 가는 건 너무 큰 지출이었고 정비사분이 “지렁이를 심어”주셨다. 당연히 이것도 유료다… 휴우. 나사를 뽑아내자 즉시 바람이 스스스스 하고 빠졌다. 그 자리에 두꺼운 고무줄을 드라이버 같은 걸로 꾹꾹 찔러 넣었다. 그리고 공기압을 다시 맞추고 원래대로 돌아갔다. 아니 사실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간 건 아니다. 아무래도 타이어에 손상이 생긴 거니까. 이후로 왼쪽 앞바퀴는 종종 주차장에 며칠 세워두고 보면 다른 데에 비해 바람이 빠져 보였고 실제로 계기판에서도 공기압이 다른 바퀴보다 낮아 날 자주 불안하게 했다.

”지렁이를 심고“ 아빠와 오빠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더니 자동차 보험에 포함된 긴급출동 서비스를 타이어 펑크가 났을 때도 쓸 수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펑크 ㅎㅎ 길에서 펑크 나는 건 생각도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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