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leap Feb 10. 2016

정리의 비법.

방 정리 일 년에 몇 번이나 하시는지? 정리에는 비법이 있다. 분명히.

보내야할 때를 놓치면, 지저분해지고 만다.

깨끗하게 방정리를 했다. 팜플렛, 뭔지 모를 티켓과 영수증같은 것을 모두 버렸다. 2010년부터 쌓여온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이미 정리되어있었지만, 대부분이 정리되지 않은 채 봉투 속에 쑤셔넣어져있었다. 정리된 것들은 한데 담고 정리되지 않은 것들은 미련없이 버렸다.


잘 붙이고 정리해서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일련의 기억이 좌르륵- 순서대로 떠오르게 할 수 없다면 그 물건은 사실 쓸모가 없는거다. 그게 바로 쓰레기가 아니겠는가.

정리되지 않고 쑤셔박아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거나 너무 의미가 복잡한 것들이다. 대단한 의미는 없는데 그렇다고 아예 아무 의미도 없는 건 아니라서 나중에 좀 더 생각해보고 의미가 자라나면 보관할 속셈으로 남겨두는 거다(그런데 솔직히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자, 여기에 정리의 비법이 있다. 기한을 정해두는 것이다. 일정 기간동안만 생각해보고 그 이후에도 큰 의미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지체없이 버리는 것이 비법이다. 그 기간 동안 생각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경우에도 망설임없이 버릴 것. 이 경우 의미를 성장시킬만한 가치조차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속 편하고 손 편하다.

의미가 너무 복잡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의미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먼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우다. 서로 다른 의미들로 조각조각내어 정리하거나, 조각조각 찢어 버리시길.


일기는 하루에 한 가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쓰는 기록이다. 조선시대 사관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기록하기엔 시간도 손의 힘도 부친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어쨌든 기억하게 될 일은 기억하고 만다. 그 중에 기억하고 싶은 일들에 좀 더 강조를 해줘야(예를 들면 노란 형광펜으로 별표라도 몇 개 더 그려준다던지 말이다), 반대로 이젠 그만 잊고싶은 일들을 파묻어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 매 순간마다 기억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나고 난 뒤에 이 일을 꼭 기억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기억할 것들을 정해두는 것이다. 매일이 여행길인 것처럼, 나중에 기억하고 싶어지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기.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과거의 기억하고 싶은, 기억에 남는 일들을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서 그것과 연관지어 현재에 의미를 계속해서 부여하는 거다.

정리하기 전부터 정리할 것을 생각해라.


정리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 머리로도 노력해야하고(기억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손으로도 노력해야 한다. 또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소중한 내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하는데, 남들을 따라하면 되겠는가? 붙였다 떼었다 노트를 여러 권 망치고, 옮기는 과정에서 사진이 손상되더라도 내 걸 가지고 만족할 때까지 이리 저리 다시 정리해보라. 처음 정리한 것은 정리가 아니라 오히려 어질러놓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더 이상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정리하기.

정리에 '다시'란 없다는 것.

이게 바로 정리의 비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잘 차려입으시게, '고마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