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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을 삼켰다(11)

제11화: 유령들의 속삭임

by 공감디렉터J

잿빛으로 변한 세상 위로, 보이지 않는 유령들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과 각국 정보기관의 비밀 채널에서 ‘자연재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처음에는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후지산과 태평양, 백두산의 폭발이 너무나도 절묘한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자, 그 속삭임은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USS 존 폴 존스함의 통신실, 제이든 밀러는 유령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그는 함장의 감시를 피해 시스템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들어, 마지막 남은 위성 대역폭을 훔쳐 쓰고 있었다. ‘프로젝트 케이론’의 데이터는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괴물이었다. 그는 파일을 분할하고 압축하여, 이메일로는 보낼 수 없는 거대한 진실의 조각을 두 명의 과학자에게 전송하고 있었다.

업로드 진행률을 나타내는 파란 막대가 거북이처럼 더디게만 느껴졌다.


98%... 99%...


바로 그때, 통신실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밀러 중위! 당장 문 열어!”


함장의 분노에 찬 목소리였다.

제이든은 마지막 엔터키를 누르고, 데이터 칩을 파괴하기 위해 준비해 둔 전자기 펄스 장치를 작동시켰다.

문이 부서지며 들어온 해병들에게 제압당하는 순간, 그는 모니터에 뜬 ‘전송 완료’ 메시지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임무가 아슬아슬하게 끝났다.


대한민국 백두산 지하 벙커.

이수민의 개인 단말기에 경고음이 울렸다.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소속 IP로부터 날아온 정체불명의 대용량 파일.

악성 코드일 확률 99%. 하지만 함께 도착한 짧은 메시지가 그녀의 손을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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