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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을 삼켰다(12)

제12화: 오래된 청구서

by 공감디렉터J

중국 베이징.

잿빛 하늘 아래, 세상의 종말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린 샤오위에게 그것은 수십 년간 매일 아침 창밖으로 보던 풍경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뿌연 스모그와 탁한 강물, 신음하는 대지.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에 상처를 내왔고, 이제 곪아 터진 상처에서 피고름이 쏟아지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안전 가옥에서 전 세계에 흩어진 환경운동가 동지들에게 비밀 메시지를 타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것을 ‘케이론’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탐욕’이라 불러야 합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분노로 떨렸다.

‘프로젝트 케이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악마의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 세기에 걸쳐 쌓아 올린 인간의 오만함이 낳은 필연적인 괴물이었다.

지각에 압력을 가해 석유를 뽑아내는 프래킹 기술, 심해저를 파헤쳐 희귀 광물을 캐내는 해저 채굴, 지구의 허파를 잘라내는 무분별한 삼림 벌채.

인류는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위해 행성의 가장 연약한 살갗을 끊임없이 후벼 팠다.

린 샤오위는 ‘케이론’의 설계도가 바로 그 상처들을 정확히 노리고 있음을 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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