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니체의 가상 대담 (18)
[오프닝]
2025년 9월 5일 금요일 밤 11시, 서울의 한 아파트.
아이들은 잠들었지만, 거실에는 장난감과 빨랫감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긴 하루의 노동과 육아에 지친 맞벌이 부부는 소파 양 끝에 앉아 말없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 고요하지만, 그 어떤 전쟁터보다 팽팽한 긴장감 흐르는 공간. 이 위태로운 평화를, 공자와 니체가 창밖에서 지켜보고 있다.
공자: (깊은 안타까움으로) 차라투스트라여, 저 고요 속의 전쟁을 보시오. 함께 일하고 함께 아이를 키우는 저 부부가, 어찌하여 서로에게 가장 멀고 힘든 존재가 되었는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어찌 이리 지치고 갈등만 깊어지는지. 이 무너진 관계의 기둥을 어찌 다시 세워야 하겠소? 문제는 역할의 혼란과 예(禮)의 부재에 있소. '남편', '아내'라는 낡은 이름(名)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팀의 동료'라는 새로운 이름을 바로 세워야(正名) 하오. 그리고 그 역할에 맞는 책임, 즉 '누가 설거지를 하고 누가 아이를 씻길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약속(禮)이 필요하오. 감정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니, 서로에게 불만만 쌓이는 것이지.
니체: (답답하다는 듯이) 약속이라니! 그것은 감정이 식어버린 동업자들의 계약서일 뿐! 나는 저 둘의 '권력에의 의지'가 고갈된 것을 보오.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의지가, '누가 더 손해 보는가'를 따지는 좀스러운 계산으로 변질된 것이지! 지금 필요한 것은 역할 분담이라는 얄팍한 규칙이 아니라, "나는 지금 너무 힘들어서 당신을 미워하기 직전이오!"라고 외치는 정직한 충돌이오. 그 파괴 위에서라야 진정한 동맹이 다시 맺어질 수 있소. 곪은 상처는 터뜨려야 새살이 돋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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