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택시: 사랑의 배신

열네번째 에피소드

by 공감디렉터J


수많은 연인들의 약속이 자물쇠가 되어 빽빽하게 걸려있는 남산타워 전망대.

스물아홉 살 민아는 그 앞에서 세 번째 이별을 통보받았다.


“너는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아.”


이유는 매번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헌신하면 헌신짝이 되어 돌아오는 사랑. 그녀는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그녀가 터덜터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할 때, 이별택시가 그녀의 텅 빈 마음을 채우려는 듯 곁에 멈춰 섰다. 민아는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생각도 없이 차에 올랐다. 이 낭만적인 공간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차 안에서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았다.

첫 번째 남자는 그녀의 돈을 빌려 잠적했고, 두 번째 남자는 바람을 피웠으며, 세 번째 남자는 그녀의 헌신을 부담스러워하며 떠나갔다.


“제가 문제인 거겠죠? 저는 그냥 사랑을 쉽게 믿고, 제 모든 걸 다 퍼주는 사람일 뿐인데... 왜 항상 상처받는 건 저일까요?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사랑한 제 잘못인가요? 아니면, 사랑을 하면 할수록 제 자신이 닳아 없어지는 이 기분이 잘못된 건가요?”


그녀는 사랑 자체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그런 사랑에 매번 뛰어든 자기 자신에게도 깊은 환멸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녀의 ‘이별’은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 사랑을 향한 자신의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과의 결별이었다.


택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처, 고즈넉한 삼청동 길가에 멈췄다.

화려한 남산과는 달리,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분위기의 장소였다.


[ 치유 ] / [ 권고 ]


민아는 막연한 위로보다, 이 실패의 패턴을 끊어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권고] 버튼을 눌렀다.

김기사는 그녀의 다음 사랑이 실패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었다.


“다음 사랑을 할 때, 당신의 마음을 100% 다 주지 마십시오. 70%는 상대를 위해 쓰되, 나머지 30%는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당신 자신을 위해 남겨두십시오. 그 30%가 상대가 변했을 때 당신을 지켜줄 방패이자, 관계가 끝났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겁니다.”


‘30%는 남겨두라.’ 민아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올인하지 않는 사랑은 가짜라고 믿었다.

하지만 김기사의 권고는 그것이 이기심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고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임을 깨닫게 했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길 건너 미술관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타인이 아닌, 바로 저 모습의 자신을 위해 남겨둬야 할 30%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이별택시는 사랑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로 결심한 한 여자를 뒤로하고, 다시 길 위로 나아갔다.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사랑을 구걸하게 될 뿐 진정한 사랑을 할 수는 없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