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수사대-시즌 4: 악마의 연대기

EP.4 그림자 놀이

by 공감디렉터J


2027년 3월 18일, 오전 2시.

사무실은 차가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오직 이지수의 키보드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모니터에는 '소나타 옵스큐라'의 캐시 데이터가 유령처럼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에스트로'라는 불길한 아이디가 박혀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클래식 동호회였어요."

이지수가 화면을 스크롤하며 말했다.

"정기적인 감상평, 회원들 간의 소소한 잡담... 하지만 뭔가 이상해요."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디지털 세계에서 그녀의 감각은 짐승의 후각처럼 예민했다. 잘 꾸며진 무대 뒤에 숨겨진 분장실처럼, 완벽하게 짜인 구조 이면에 존재하는 위화감.

강태우가 다가왔다.

"뭐가 이상한가요?"

"일반 게시판의 게시글 수와 서버 용량이 맞지 않아요. 숨겨진 공간이 있다는 뜻이에요."

이지수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질주했다. 수백만 줄의 코드 사이를 헤집으며, 그녀는 마침내 그 비밀의 문을 찾아냈다. 관리자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여러 겹의 암호화로 봉인된 숨겨진 게시판이었다.

"찾았어요. 들어갑니다."

팀원들이 모두 이지수의 뒤로 모였다. 한서진, 오민재, 박유진. 모두의 눈이 모니터에 고정되었다.

몇 분간의 숨 막히는 사투 끝에, 마침내 암호가 깨지고 게시판의 내용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지켜보던 팀원들은 모두 숨을 삼켰다.

그것은 게시판이 아니었다. 한 인간을 해부하고 조종하기 위한, 잔혹한 설계도에 가까웠다.

화면에는 회원들의 목록이 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회원 명단이 아니었다.


[회원 ID: piano_lover_92]

실명: 한서영

나이: 29세

직업: 피아노 강사

심리 프로필: 인정 욕구 높음, 완벽주의 성향, 외로움

약점: 과거 실패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진행 단계: 3단계 (신뢰 구축 완료)


한서진이 화면을 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이지수가 스크롤을 내렸다. 더 많은 이름들이 나타났다.


[회원 ID: music_forever]

실명: 박유미

나이: 16세

직업: 학생

심리 프로필: 순수함, 신뢰도 높음, 권위에 순종적

약점: 가족에 대한 애착, 인정받고 싶은 욕구

진행 단계: 2단계 (감정적 의존 형성 중)


박유진이 비명을 삼켰다. 21년 전, 실종된 동생 역시 사악한 포식자의 관리 대상이었다.

"유미야..."

박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모니터에 손을 뻗었지만, 닿을 수 없는 과거였다.


이지수가 계속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각 회원 아래에는 '과제'들이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박유미 - 과제 기록]

2006년 5월 1일: 과제 1 -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업로드하기

진행 상태: 완료

마에스트로 코멘트: "아름다운 목소리네요. 당신은 특별합니다."

2006년 5월 15일: 과제 2 - 일주일간 매일 자신의 감정 일기 쓰기

진행 상태: 완료

마에스트로 코멘트: "당신의 솔직함이 좋습니다. 저만 이걸 봅니다. 안심하세요."

2006년 6월 1일: 과제 3 - 가족에게 비밀로 특정 장소 방문하기

진행 상태: 완료

마에스트로 코멘트: "잘했어요. 우리만의 비밀이에요."

2006년 6월 10일: 과제 4 - ...

진행 상태: 진행 중


마지막 과제의 날짜는 2006년 6월 10일. 박유미가 실종된 날이었다.

"이 괴물..."

강태우가 이를 갈았다.

"처음에는 사소한 과제로 신뢰를 쌓고, 점차 고립시키고, 통제하고... 마지막에는..."

"살해했어요."

한서진이 차갑게 말했다.

그때였다. 이지수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보던 오민재의 호흡이 멈췄다.

그의 온화하던 얼굴이 피가 빠져나간 듯 새하얗게 질렸다. 그의 시선은 '과제'라는 단어와 그 아래 나열된 심리 조종의 방식에 못 박혀 있었다.

"이 방식..."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나왔다.

"민서가... 제 동생이 당했던 방식과 똑같습니다."

팀원들이 모두 오민재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사소한 미션을 주며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점차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유도하며 고립시켰어요. 그들도 이걸 '과제'라고 불렀습니다."

오민재의 손이 떨렸다. 7년 전, 동생의 휴대폰에서 발견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과제 1: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비밀을 고백하세요."

"과제 2: 자신의 얼굴을 찍어 올리세요."

"과제 3: 가족의 비밀을 알려주세요. 안 그러면 모두에게 공개합니다."


그리고 동생은 그 과제들을 수행했다. 거부할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빼앗긴 후였다.

"민서는... 마지막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오민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그 순간, 이지수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마에스트로'의 접속 기록을 추적해볼게요. IP 주소는 프록시를 거쳐서 추적이 어렵지만, 접속 패턴을 분석하면..."

화면에 수많은 데이터가 떠올랐다. 접속 시간, 접속 빈도, 활동 패턴.

"이상해요. '마에스트로'는 주로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접속했어요. 그리고 주말보다는 평일에 더 활동적이었고..."

"새벽에 활동한다는 건...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강태우가 말했다.

"하지만 IP 주소는 계속 바뀌어요. 추적이 불가능해요."

이지수가 좌절하며 말했다.

"잠깐."

오민재가 화면을 가리켰다.

"이 '과제'들의 패턴을 보세요. 모두 심리학적으로 매우 정교해요. 단순한 해커가 이런 걸 만들 수 없어요. 이 사람은 심리학을 전공했거나, 최소한 깊이 공부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지식도 깊어요."

한서진이 덧붙였다.

"모든 피해자가 음악과 관련되어 있고, 동호회 이름도 '소나타 옵스큐라'. 이 사람은 음악과 심리학, 그리고 디지털 기술 모두에 능통해요."

"범위가 좁혀지고 있어요."

강태우가 화이트보드에 프로파일을 적기 시작했다.

"2005년에 활동을 시작했다면... 지금 최소 40대 중반 이상이에요."

"그리고 이 정도 능력이라면..."

한서진이 말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요. 음악계나 학계, 혹은 IT 업계의 전문가."

이지수가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회원 명단을 완전히 복원해볼게요. 혹시 '마에스트로'와 직접 만난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오전 5시.

이지수의 밤샘 작업 끝에 마침내, 회원 명단이 완전히 복원됐다.

총 47명의 회원. 그중 2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나머지 24명은 아직 생존해 있었다.

"이 24명을 찾아야 해요."

강태우가 말했다.

"그들이 '마에스트로'를 알고 있을 거예요."

팀은 즉시 생존 회원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번호가 바뀌었거나, 이사를 갔거나, 아예 연락을 거부했다.

그러던 중, 한 명의 회원이 응답했다.

"네, '소나타 옵스큐라' 회원이었어요. 하지만 오래전에 탈퇴했습니다."

전화 너머 정민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왜 탈퇴하셨나요?"

강태우가 물었다.

"처음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 같았는데, 점점 이상해졌어요. '마에스트로'라는 관리자가... 회원들을 너무 통제하려고 했어요."

"'마에스트로'를 만나본 적 있으세요?"

"아니요. 한 번도 없어요. 온라인으로만 대화했어요. 하지만..."

정민수가 망설였다.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어요. 2010년쯤. '마에스트로'가 참석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가지 않았어요. 그때 이미 그곳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기억나세요?"

"몇 명... 기억나요. 한서영 씨, 이수진 씨, 박민호 씨... 모두 음악하는 분들이었어요."

모두 살해당한 피해자들이었다.

"그 모임 장소가 어디였나요?"

"서울 강남구... 어떤 음악 스튜디오였어요.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태우는 팀원들을 바라봤다.

"이지수씨, 2010년, 강남구 음악 스튜디오. 단서를 찾을 수 있겠어요?"

"찾아내야죠!"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말라. 그림자조차 어둠속에서는 당신을 버리기 때문이다.(Do not trust others easily, for even your shadow will abandon you in the dark)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