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수사대-시즌 4: 악마의 연대기

EP.5 붉은 나비

by 공감디렉터J


2027년 3월 19일, 오전 3시.

'마에스트로'의 추적은 미로 속에서 그림자를 쫓는 것과 다름없었다.

미스터리 수사대의 화이트해커이자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이지수는 사흘 밤낮으로 그의 디지털 흔적을 쫓았다. 수십 개의 가상 서버와 대륙을 넘나드는 IP 우회 경로. 러시아, 중국, 브라질, 아이슬란드를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복잡한 경로.

하지만 지금, 그녀는 벽에 부딪혀 있었다.

"거의 다 왔어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마지막 서버의 주소가 화면에 떠올랐다. 그녀가 엔터 키를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이건..."

이지수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굳었다. 그녀의 모니터는 복잡한 코드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으로 변해 있었다. 단순한 방화벽이 아니었다. 그녀가 경로를 찾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구조를 바꾸는, 살아있는 미로였다.

마치 체스판 반대편에서 그녀의 수를 읽고 비웃고 있는 상대처럼.

"그가 우리를 눈치챘습니다."

이지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이건... 시험입니다. 저를 시험하고 있어요."


미스터리 수사대의 리더이자 프로파일러 강태우가 다가왔다.

"뚫을 수 있어요?"

"시간이 걸릴 거예요. 이 방화벽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정교해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요."


바로 그때, 사무실 한쪽에서 조용히 심리 분석 자료를 검토하던 오민재의 개인 태블릿이 조용히 울렸다.

발신자 불명.

오민재는 무심코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태블릿 화면 속에는, 7년 전 죽은 그의 동생 민서가 웃고 있었다. 너무나 생생해서 현실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오빠... 나야, 민서."

영상 속 민서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오민재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모습.

스물두 살, 대학생이었던 동생. 밝게 웃던 동생.

하지만 다음 순간, 그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그때 내 말 안 믿었어? 인터넷일 뿐이라고 했잖아... 근데 나 너무 아팠어. 정말이야, 오빠..."

오민재의 손에서 태블릿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생 그를 괴롭혀온 죄책감.

그가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던졌던 바로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인터넷일 뿐인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

7년 전, 그가 동생에게 했던 말. 그리고 3일 후,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 교수님!"

강태우가 달려와 그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오민재는 허공을 보며 가쁘게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민서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의 입에서 신음처럼 말이 흘러나왔다.

한서진이 깨진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깨진 화면. 영상이 끝나고 검게 변한 화면 위로, 작은 이미지가 천천히 떠올랐다.

핏빛처럼 선명한 붉은색의 나비 한 마리.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는 그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팀원들의 시선이 모두 그 붉은 나비에 쏠렸다. '마에스트로'가 남긴 명백한 서명이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한서진만이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기억의 가장 깊은 심연을 헤매고 있었다.

16년 전, 2011년 3월 5일. 비에 젖은 차가운 아스팔트. 싸늘하게 식어가는 언니의 몸. 그리고 언니의 바로 옆, 벽 위에 누군가 붉은 립스틱으로 그려놓았던 바로 그 그림.

붉은 나비.


당시 경찰은 그것을 범인의 서명으로 보았지만, 결정적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범인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언제나 냉철하던 법의학자의 가면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언니... 살해 현장에... 같은 표식이 있었어요."

목이 메어 갈라져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사무실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이 붉은 나비... 16년 전, 언니의 살해 현장에 그려져 있었어요. 벽에. 립스틱으로."

한서진의 손이 떨렸다. 차가운 부검대 위에서도 떨리지 않던 그 손이, 지금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태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시 경찰 보고서에는...?"

"있었어요. 하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죠. 립스틱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제품이었고, 지문도 없었어요."

한서진이 깨진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범인은... 풀려났어요."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강태우의 과거, 박유진의 슬픔, 오민재의 죄책감. 그리고 이제, 한서진의 원한까지.

'마에스트로'는 그들의 모든 비극을 하나의 붉은 실로 꿰어 연결하고 있었다.

"이건 선전포고예요."

박유진이 말했다.

"'마에스트로'는 우리를 알고 있어요. 우리의 과거를, 우리의 트라우마를, 우리의 약점을 모두 알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어요."

강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건 게임이에요. 그가 설계한 게임. 우리는 그의 무대 위에 서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이지수가 물었다.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강태우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마에스트로'는 우리를 심리적으로 흔들려고 해요. 하지만 우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그의 계획은 무너져요."

"쉽게 말하네요."

한서진이 차갑게 말했다.

"16년 동안 찾지 못한 언니의 살인범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흔들리지 말라고요?"

강태우는 한서진을 바라봤다.

"한 교수님. 저도 압니다. 11년 전 제가 놓친 범인이 바로 이 '마에스트로'일 가능성이 높아요. 저도... 복수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감정에 휘둘리면,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거예요."

한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복수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오 교수님."

강태우가 오민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으세요?"

오민재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괜찮지 않아요. 하지만... 해야 해요. 민서를 위해서라도."

그는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벗어 닦았다.

"'마에스트로'는 제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을 조종했을 거예요. 그들도... 피해자였을지 몰라요. 하지만 진짜 범인은 '마에스트로'예요. 제가... 반드시 잡을 거예요."

강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모두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냉정해야 해요. 그게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이지수는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붉은 나비가 떠 있는 화면을 노려보며,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방화벽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조작하고 있어요. AI가 아니에요. 누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저를 지켜보고 있어요."

그 순간,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잘하고 있어요, 이지수 씨. 당신의 실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더 노력하세요. - M]


이지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저를 부르고 있어요. 제 이름을..."

강태우가 화면을 봤다. 'M'. 마에스트로의 이니셜.

"응답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 화면이 깜빡이더니,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게임을 시작합시다. 첫 번째 과제: 24시간 안에 나를 찾으세요. 찾지 못하면... 다음 희생자가 생길 거예요.

- M]


그리고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그동안 진실을 좇던 수사관의 모습이 아니었다.

거대한 악보 위에 그려진, 슬픈 음표들에 불과했다.


인간은 파멸될 수는 있어도 패할 수는 없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 어니스트 헤밍웨이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