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마에스트로
2027년 3월 21일.
권도윤. 그 이름이 밝혀진 순간, 그는 더 이상 그림자 속에 숨지 않았다.
오히려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수사대를 향해 직접 지휘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는 팀원들의 가장 깊은 트라우마를 건반 삼아, 그들의 영혼을 분열시키는 잔혹한 연주를 시작했다.
강태우의 책상 위로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
발신인 불명. 강태우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낡은 경찰 배지와 함께 짧은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강태우 팀장님께.
10년 전, 당신이 놓친 것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당신 안에 있던, 무고한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싶어 했던 바로 그 '괴물'이었습니다. 당신은 정의를 위해 윤재혁을 쫓았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프로파일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를 쫓았습니까? 당신은 그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그 죄책감이 당신을 경찰에서 쫓아냈죠. 하지만 당신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 M
강태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배지.
2022년, "괴물을 쫓다 스스로 괴물이 될까 두렵다"며 반납했던 바로 그 배지였다.
권도윤은 그의 가장 깊은 죄책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11년 전, 그의 프로파일링은 정의감의 발로가 아닌, 오만한 공명심의 산물은 아니었는가.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던 질문이, 악마의 목소리를 통해 현실이 되어 그를 덮쳤다.
같은 시각, 한서진의 연구실.
한서진은 익명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한서진 교수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차갑고 우아했다.
"16년 전, 당신 언니를 죽인 진짜 범인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경기도 가평 ○○ 폐공장으로 혼자 오십시오. 그를 당신 손으로 직접 심판할 기회를 드리죠."
한서진의 손이 떨렸다.
"...당신이 권도윤이군요."
"그렇습니다. 16년 전, 당신 언니를 죽인 사람은 저의 '단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그 폐공장에 있습니다. 혼자 오십시오. 경찰이나 팀원들을 데려오면, 그는 사라질 겁니다."
"...왜 이러는 겁니까?"
"당신은 평생을 '증거'를 신봉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언니를 죽인 범인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죠. 이제 당신에게 선택권을 드리는 겁니다. 법과 증거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손으로 직접 정의를 실현할 것인가."
전화가 끊어졌다.
한서진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평생을 지켜온 신념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당했다.
사적 복수와 공적 정의.
'죽은 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신념은, 살아있는 악마의 속삭임 앞에서 송두리째 흔들렸다.
오후 2시, 미스터리 수사대 사무실.
팀은 해체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강태우는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11년 전 사건 파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서진은 말없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권도윤의 전화를 팀원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박유진은 동생을 유인한 자가 권도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고 있었다.
"제가 직접 찾아가겠어요. 그 괴물을 제 손으로..."
"유진 씨, 진정하세요."
오민재가 그녀를 말렸지만, 그 자신도 권도윤의 심리전에 휘말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팀원들의 상처를 보듬기는커녕 자신의 트라우마에 다시 갇혀 버렸다.
권도윤이 보낸 딥페이크 영상이 계속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무실의 공기는 팽팽한 활시위처럼 아슬아슬했다. 서로를 향한 신뢰의 눈빛은 사라지고, 의심과 불안만이 안개처럼 번져나갔다.
권도윤의 목적은 명확했다. 그들의 수사망에 혼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
그날 밤, 강태우는 혼자 남아 텅 빈 사무실의 관계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22년간의 비극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권도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팀장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지수였다.
그녀의 눈은 며칠 밤을 새운 탓에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단단했다.
"아직도 여기 계셨어요?"
"...잠이 안 와서요."
강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팀장님."
이지수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합니다. 각자의 과거에 우리를 가두려는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권도윤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이지수. 당신의 재능이 아깝습니다. 세상은 당신을 두 번이나 배신했죠. 고등학생 시절의 친구도, 당신을 스토킹했던 그 쓰레기도. 이제 당신이 세상을 배신할 차례입니다. 저에게 오면, 당신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지배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 M
강태우는 이지수를 바라봤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이지수는 강태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팀장님. 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제 곁에는 동료들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함께 있는 한, 그는 우리를 절대 부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있어요. 한 교수님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고, 박유진 씨는 혼자 뛰쳐나가려 하고, 오 교수님은..."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거예요."
이지수가 미소 지었다.
"팀장님, 우리는 모두 상처받았어요. 하지만 그 상처가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죠.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니까요."
그녀의 말은 작지만, 어둠 속을 가르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강태우는 고개를 들어 이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다른 팀원들을 보았다.
박유진, 오민재. 그들은 모두 사무실로 돌아와 있었다.
"...다들 왜 여기 있어요?"
"혼자 있으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박유진이 말했다.
"그래서 돌아왔어요. 우리...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오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권도윤은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있으면, 그는 이길 수 없어요."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고통과 슬픔이 어려 있었지만, 그 너머에는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권도윤이 간과한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를 보듬을 때 생겨나는 유대의 힘이었다.
"한 교수님은요?"
강태우가 물었다.
"...아직 연락이 안 돼요."
이지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전화도 안 받고..."
바로 그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 한서진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은 결연했다.
"미안해요. 혼자 고민하느라..."
그녀는 권도윤의 전화에 대해 팀원들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그가 저를 시험하고 있어요. 사적 복수와 공적 정의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강태우가 물었다.
한서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함께 가야죠. 우리 모두."
그녀는 팀원들을 바라봤다.
"저 혼자서는 이길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라면..."
강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함께 갑시다. 권도윤을 끝낼 시간이에요."
가장 교활한 악마는 칼이 아닌, 우리 안의 의심을 무기로 쓴다.
하지만 신뢰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
(A cunning devil uses the doubt in our hearts as a weapon, not a physical sword. Yet trust holds a strength unmatched by any weapon)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