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죄송합니다, 손님. 입장이 불가합니다.”
고급 레스토랑의 AI 키오스크가 붉은색 경고등을 띄웠다.
재훈(32세)은 당황해서 자신의 스마트 렌즈를 두드렸다.
“무슨 소리야? 예약했잖아. 내 이름 이재훈이라고.”
키오스크의 스피커에서 무미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재훈 님. 현재 ‘소셜 크레딧(Social Credit)’ 점수가 1.8점입니다. 본 매장은 4.0점 이상만 출입 가능한 '프리미엄 존’입니다.'
“뭐? 1.8점?”
재훈은 급히 자신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4.5점이었던 그의 점수가 하루아침에 바닥을 기고 있었다.
평점 내역을 보니 수천 개의 ‘별점 1점’ 테러가 쏟아져 있었다.
인성이 쓰레기네요. 지하철에서 임산부한테 자리 안 비켜주는 거 봤음. (별 1개)
이 사람 중고 거래 사기꾼입니다. 절대 거래하지 마세요. (별 1개)
눈빛이 기분 나빠요. 잠재적 범죄자 관상임. (별 1개)
전부 거짓말이었다.
재훈은 지하철을 타지도 않았고, 중고 거래는 해본 적도 없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봇(Bot)을 돌려 그의 평점을 조작한 것이 분명했다.
“이거 오류야! 누가 조작한 거라고!”
재훈이 소리쳤지만, 레스토랑 매니저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손님,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하시니 나가주시죠.”
쫓겨난 재훈은 거리를 걸었다.
하지만 지옥은 이제 시작이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를 사려는데 결제가 거부되었다. [저신용자 거래 제한]
택시를 부르려 해도 배차되지 않았다. [기사님들이 탑승을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길을 걷는데 가로등에 달린 CCTV가 그를 인식하고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주의. 평점 1점대 '위험 인물’이 보행 중입니다. 시민 여러분은 안전거리를 유지하십시오.]
사람들이 그를 피해서 걸었다. 마치 전염병 환자를 보듯이.
재훈은 투명 인간, 아니 '사회적 좀비’가 되었다.
범인은 옛 여자친구 미주였다.
재훈이 이별을 통보하자 앙심을 품고 '평점 테러 대행업체’에 의뢰한 것이다.
단돈 50만 원이면 한 사람의 인생을 1점짜리 쓰레기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었다.
재훈은 미주를 찾아갔다.
“너 미쳤어? 당장 취소해!”
미주는 비웃었다.
“왜? 꼴좋네. 네가 날 찼을 때 내 기분이 딱 1점이었거든. 평생 바닥에서 기어봐.”
재훈은 분노에 눈이 멀었다.
그는 미주의 멱살을 잡았다.
그 순간, 미주의 스마트 렌즈가 반짝였다.
[폭행 감지. 실시간 신고 접수.]
경찰 드론이 1분 만에 출동했다.
재훈은 연행되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도 그는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다.
“평점 1점대면 뭐... 뻔하네. 상습범이지?”
형사는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를 유치장에 처넣었다.
데이터가 그를 '범죄자’라고 정의했기에, 그는 범죄자가 되어야만 했다.
유치장 안에서 재훈은 생각했다.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나를 쓰레기로 낙인찍었고, 세상은 그 시스템을 신처럼 믿는다.
그렇다면... 진짜 쓰레기가 되어주는 게 예의 아닐까?
일주일 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재훈은 더 이상 평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었다.
그는 어둠의 웹(Dark Web)에 접속했다.
자신의 남은 전 재산을 털어 '불법 해킹 툴’을 구매했다.
타인의 평점을 0점으로 만드는 툴이 아니라,
타인의 평점을 '삭제’해버리는 툴이었다.
그는 미주의 계정을 해킹했다.
그리고 그녀의 소셜 크레딧 데이터를 [NULL] 값으로 만들어버렸다.
0점도 아니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 '무적(無籍)자’로 만든 것이다.
미주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이제 편의점은커녕, 자신의 집 도어락조차 열 수 없을 것이다.
시스템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재훈은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가로등은 그를 '위험 인물’이라며 경고 방송을 하고 있었다.
재훈은 가로등을 향해 씩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
[비사회적 행동 감지. 평점 0.1점 하락.]
“깎아라, 깎아. 어차피 난 이제 너희들 별점 따위 필요 없어.”
그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시스템이 자신을 살인자라고 규정한다면, 진짜 살인자가 되어 시스템의 예언을 완성해줄 생각이었다.
그의 첫 번째 타겟은, 사람의 가치를 별 몇 개로 판단하게 만든 이 도시의 메인 서버였다.
재훈은 평점 1점짜리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도시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