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디지털 저주

더 프롬프트 (The Prompt) 시즌3 : The Glitch

by 공감디렉터J


“으아아악!”

현수(28세)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왼쪽 팔이 불에 타는 듯이 뜨거웠다.
급히 소매를 걷어보았지만, 피부는 멀쩡했다. 화상 자국도, 상처도 없었다.
하지만 통증은 생생했다.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끔찍한 고통.

“진통제! 진통제!”
그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삼켰지만 소용없었다.
병원에 가도 의사들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신체적 이상은 없습니다. 신경성 환상통(Phantom Pain) 같네요.”

하지만 현수는 알았다. 이건 환상통이 아니다.
누군가 자신을 고문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은 시각, PC방 구석자리.
고등학생 일진 기철은 모니터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화면에는 '부두(Voodoo) 2.0’이라는 불법 게임이 실행 중이었다.
게임 속 캐릭터는 현수와 똑같이 생긴 3D 아바타였다.
현수의 SNS 사진과 신체 데이터를 해킹해 만든 정교한 '디지털 인형’이었다.

“야, 이번엔 라이터로 지져볼까?”
기철이 마우스로 라이터 아이템을 선택해 아바타의 왼팔을 지졌다.
화면 속 아바타가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크크크, 반응 죽이네. 이 형님이 요즘 나한테 꼰대질 좀 하더라고.”


현수는 기철이 다니는 학교의 기간제 교사였다.
수업 시간에 기철을 혼냈다는 이유만으로, 기철은 현수의 데이터를 훔쳐 이 저주 게임에 등록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었다.
최신 뇌과학 기술인 '뉴럴 링크(Neural Link)'의 버그를 악용한 것이었다.
현수는 평소 업무 효율을 위해 뇌파 연동형 스마트 렌즈를 끼고 다녔다.
이 렌즈가 클라우드 서버와 연결되는 순간, 게임 속 아바타가 받는 '고통 데이터’가 역으로 현수의 뇌 신경계로 전송되는 원리였다.
물리적 상처는 없지만, 뇌는 '아프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디지털 저주.


“이번엔 손가락 꺾기!”
기철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현수는 학교 양호실에 쓰러져 있었다.
손가락이 뒤틀리는 고통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는 직감했다. 누군가 내 뉴럴 링크를 해킹했다.
그는 렌즈를 빼려고 했지만, 손이 떨려 뺄 수가 없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걱정스러운 표정의 여학생이 다가왔다.
현수는 흐릿한 시야로 학생을 바라봤다.
그런데 학생의 뒤편, 허공에 작은 홀로그램 아이콘이 떠 있었다.
그것은 기철이 즐겨 하는 게임의 로고였다.

‘저놈이었어...’

현수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스마트폰을 켰다.
경찰에 신고? 아니, 증거가 없다.
게임 서버는 해외에 있고, 기철은 촉법소년이라 잡혀도 훈방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현수는 어둠의 경로로 접속했다.


‘미러링(Mirroring) 해킹 툴’ 다운로드.
자신이 받는 고통 데이터를 증폭시켜, 해커에게 반사하는 불법 프로그램이었다.


“으으윽...”
다시 팔이 꺾이는 고통이 밀려왔다.
현수는 이를 악물고 ‘실행’ 버튼을 눌렀다.

[데이터 미러링 개시. 증폭률 500%.]


PC방.
“아, 재미없어. 이제 죽여버릴까?”
기철이 전기톱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아아악!!”

기철이 의자에서 튀어올라 바닥을 뒹굴었다.
온몸이 감전된 듯 경련을 일으켰다.
입에서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혔다.
현수가 반사한 고통은 5배로 증폭되어 기철의 뇌를 강타했다.
게임 속 아바타가 당하는 전기톱의 고통을, 기철은 맨정신으로 생생하게 느껴야 했다.

“살려줘... 꺼줘... 제발...”
기철은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저었지만, 게임을 끌 수가 없었다.
손가락이 마비되어 마우스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호실의 현수는 고통이 멈춘 것을 느꼈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그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경고 메시지가 떠 있었다.

[경고. 과도한 신경 데이터 전송으로 뇌세포 영구 손상 위험.]

현수는 알고 있었다.
저주를 반사하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을.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디지털 지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악마보다 더한 악마가 되는 것뿐이니까.


그날 밤, 도시의 응급실 두 곳에 두 명의 환자가 실려 왔다.
한 명은 온몸에 흉터 하나 없이 "몸이 잘려 나간다"며 비명을 지르는 고등학생.
다른 한 명은 무표정한 얼굴로 침을 흘리며 허공만 응시하는 교사.
그의 뇌는 이미 고통과 쾌락의 회로가 타버려 백지 상태가 되어 있었다.

디지털 부두.
그것은 바늘 없이 사람을 찌르고, 피 한 방울 없이 영혼을 죽이는
가장 깨끗하고 잔인한 살인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