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균열의 시작, 사라진 꿈의 흔적

블라인드 오피스 : Dream Eater (2)

by 공감디렉터J


기획 1팀의 완벽함은 서서히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사소했다.


이대리는 늦게까지 야근을 하던 중, 문득 자신의 책상 서랍 속에 묵혀둔 스케치북을 발견했다.

한때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밤낮없이 그림을 그렸던 이 대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스케치북조차 먼지에 덮여 있었다. 그는 멍하니 스케치북을 바라보다가, 팀원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한 오 팀장의 "자율적인 참여"라는 명목의 끊임없는 아이디어 회의와 주말 출근이 떠올랐다. 분명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팀의 실적과 직결되는 강박으로 변해 있었다.


김민영 대리 역시 비슷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여행 책자를 발견했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싶었던 그녀의 오래된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달력에는 주말까지 빽빽하게 회사 관련 일정이 채워져 있었다. 오 팀장은 늘 '팀원들의 성장을 위한 기회'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김민영 대리는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은 마치 팀에 대한 불충처럼 느껴졌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주임은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도 손에 쥐고 있던 소설책을 펼쳐보지 못했다. 한때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 소설을 쓰고, 언젠가 등단하겠다는 꿈을 키웠던 그였다. 그의 책장에는 아직 읽지 못한 문학 전집과, 시작만 하고 멈춰버린 소설의 초고가 가득했다. 하지만 야근과 회식, 주말 업무의 연속에 지쳐 책을 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감은 오히려 그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최사원은 퇴근 후 친구들과의 약속도 미룬 채 영어 학원 등록을 망설였다.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해 더 큰 세상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김민준은 이들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김민영 대리가 웃는 횟수가 줄었고, 이대리는 멍한 표정으로 넋을 놓는 시간이 늘었다. 박주임은 자주 초조해 보였고, 눈 밑은 늘 다크서클로 드리워져 있었다. 최사원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어느 날, 김민준은 복도에서 이대리와 마주쳤다. 이대리의 눈 밑은 거뭇했고, 얼굴에는 피곤이 역력했다.

"이대리님,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시네요."

이대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뭐. 좀 바빠서요."

"근데 왜 그렇게 지쳐 보여요? 기획 1팀은 늘 활기 넘쳤던 것 같은데…" 김민준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대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르겠어요… 그냥… 뭐가 이렇게 바쁜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그의 말끝은 흐려졌고, 김민준은 그에게서 묘한 공허함을 느꼈다.


그날 저녁, 김민준은 예전에 김민영 대리가 SNS에 올렸던 게시물을 떠올렸다. 세계 여행 사진과 함께 '언젠가 꼭 떠날 거야!'라고 적혀 있던 글.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김민준은 기획 1팀 팀원들이 한때 가지고 있었던 꿈들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꿈들이 현재의 '완벽한' 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라져 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김민준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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