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적을 믿는 당신에게 : 희망을 나누는 '환아들의 집' 이야기
작은 기적을 믿는 당신에게 : 희망을 나누는 '환아들의 집' 이야기
한 대형병원 옆에 다세대 빌라 한 채가 있었다.
그 빌라의 한 세대는 특별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어린아이들이 하나, 둘, 셋, 넷... 자그마치 일곱 명.
물론 같은 형제들은 아니고, 각각 다른 가정의 자녀들이었다.
아이들은 대략 4살부터 7살까지 나이 차이가 나긴 했지만 사이좋게 지냈다.
물론 부모들도 여느 형제들만큼이나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하루 일과는 거의 매일 비슷했다.
하루 세끼 밥 해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가장 큰 일정은 바로 자녀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이곳은 바로 '환아들의 집'이었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집에서 통원을 하기가 어렵거나 '비상시'를 위해 병원에서 근처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었다.
"준영이는 이달까정 치료하믄 인자 집에 가는 기제?"
4살짜리 세준이 어머니가 준영이 어머니에게 부러운 듯 묻는다.
"그러게요. 벌써 6개월이 돼가네요. 세준이도 곧 집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준영이 어머니가 세준이 어머니를 위로하듯 어깨를 쓰다듬으며 화답한다.
"세준아, 니도 준영이 행님처럼 씩씩하이 치료 잘 받으믄 금방 집에 가가 친구들 만날 수 있다카네"
세준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미소가 더없이 환하게 빛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장난감 놀이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옅은 미소를 띠며 두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찬미 어머니는 적극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찬미는 2년 전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3개월 전 다른 부위의 소아암이 재발됐다. 환아들이 이곳에 다시 오게 되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찬미 어머니는 물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가게 되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곧 새로 오게 될 환아 가족을 위해 작은 방을 열심히 정리하고 있던 훈영이 어머니가 뜯지도 않은 침구류를 갖고 나온다.
"이것은 어느 댁 이부자리길래 요로코롬 새것이여라?"
"훈영이네 쓰려면 써요. 예은이 어머니가 두고 가신 거예요"
"예은이 어머니라면..."
순간 모두가 말을 아낀다.
예은이는 이번 여름을 맞이하지 못한 채 하늘의 별이 된 예쁜 아이다.
"예은이 보내고도 자꾸 올라와가꼬 이거저거 챙기놓고 가신다카데, 본인도 힘들낀데..."
새 침구류 포장을 뜯으며 찬미 어머니가 입을 연다.
"여기가 예은이 마지막까지 있던 집이니까요. 그래서 오시는 거래요. 예은이 얘기할 곳이 여기밖에 없대요"
'환아들의 집'은 환아들의 인내와 투쟁, 그리고 어머니들의 위로와 희망으로 가득한 소리 없는 전쟁터와도 같다. 아이들의 노는 소리와 어머니들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가득하지만 실상은 간절한 기도와 피를 말리는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는 삶과 죽음의 최전방이다.
병원이 어린 환아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임시 거처를 마련해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왔다가 나약한 어린 생명들을 지키는 어머니들의, 의료진들의 간절한 기도와 바람을 내 가슴에도 담아 돌아왔다.
때로는 웃음소리가 흐느낌보다 더 맵고, 희망이 절망보다 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