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공조

[시즌 1] 어느 은퇴자의 은밀한 취미생활

by 공감디렉터J


다음 날 밤, 11시 45분. 새소망 요양원.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은 짙은 어둠 속에 음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건물 외곽을 비추는 서치라이트 불빛만이 예리한 칼날처럼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요양원 정문 앞,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것은 다름 아닌 강옥분이었다. 평소의 펑퍼짐한 몸빼 바지 대신, 나름대로 한껏 멋을 낸 촌스러운 꽃무늬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그녀의 한 손에는 커다란 과일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아이고, 여기 문 좀 열어주소! 우리 영감탱이 면회 좀 왔십니다!”

옥분이 철문을 거칠게 흔들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정문 경비초소에서 건장한 사설 경비원 두 명이 귀찮은 듯 걸어 나왔다.

“할머니, 지금 몇 시인지 안 보여요? 면회 시간 끝났으니까 내일 다시 와요.”
“내일은 내일이고! 내일모레 우리 영감 생일이라가 과일 좀 믹일라 카는데 와 문을 안 열어주노! 문 열어라 마!”

옥분 특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악다구니가 야산의 고요를 깨뜨렸다. 경비원들이 당황하여 옥분을 제지하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요양원 내부의 무전망이 어수선해졌다. 모든 시선과 이목이 정문으로 집중되는 완벽한 교란 작전.


같은 시각, 건물 뒤편의 배전반 앞.
기철이 어둠 속에 완벽하게 동화된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귀에 꽂힌 무전기에서 최말동 노인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판장이, 준비 다 됐다. 내가 카운트다운하면, 배전반 메인 선 끊어라. 3, 2, 1, 지금!”)

탁! 지지직!!

기철이 절연 니퍼로 메인 전력을 절단하는 순간, 요양원 전체의 불빛이 일순간에 꺼졌다. 동시에 인근 야산 중계기에서 대기 중이던 최 노인이 전파 교란기를 작동시켰다.

“뭐야? 정전이야?”
“어이, 발전기 돌려! 그리고 무전기 왜 이래? 지직거리기만 하고 안 터지잖아!”


정문에서 옥분과 실랑이를 벌이던 경비원들이 당황하며 건물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외부와의 통신은 완전히 먹통이 되었고, 폐쇄 회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완벽한 통제, 완벽한 고립.
사냥터가 완성되었다.

기철은 건물 외벽의 배관을 타고 순식간에 2층 창문으로 잠입했다. 그의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불필요한 소음도 없었다. 먹잇감의 숨통을 끊기 위해 어둠 속을 미끄러지는 한 마리 흑표범 같았다.


2층 병동 복도.
비상등의 붉은 불빛만이 명멸하는 가운데, 요양 보호사 복장을 한 사내 서너 명이 손전등을 켜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아 씨발, 좆같네 진짜. 빨리 두꺼비집 확인해봐!”

가장 앞장서서 걸어가던 사내의 손전등 불빛이 복도 끝을 비추는 순간.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짐승처럼 쏟아져 내렸다.

퍼억!

둔탁한 파공음과 함께 사내의 턱이 기철의 무릎에 산산조각 나며 꺾였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는 완벽한 일격.

“뭐, 뭐야 저 새끼!”

놀란 사내들이 주머니에서 곤봉과 잭나이프를 꺼내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기철은 그들의 공격 궤적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첫 번째 놈의 곤봉을 가볍게 쳐내고, 그대로 놈의 명치에 묵직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우두둑.
숨통이 막힌 놈이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기철은 뒤이어 달려드는 놈의 손목을 비틀어 칼을 떨어뜨리게 한 뒤, 놈의 등 뒤로 돌아가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단 10초. 세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기철은 숨 하나 고르지 않고 송 영감이 갇혀 있는 304호 병실 문을 발로 걷어찼다.

쾅!


병실 안.
당황한 요양원 원장이 송 영감의 목에 주사기를 들이대고 있었다. 수면제 과다 투여로 쇼크사를 위장하려던 참이었다.

“오, 오지 마! 한 발짝만 더 오면 이 늙은이 숨통 끊어버릴 거야!”

원장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하지만 기철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허리춤에서 섬광탄 하나를 꺼내 바닥에 굴렸다.

피융~ 번쩍!

“아아악! 내 눈!”

강렬한 빛에 원장이 시력을 잃고 비틀거리는 찰나, 기철이 맹렬하게 튀어 나갔다.

그는 원장의 손목을 걷어차 주사기를 날려버리고, 놈의 멱살을 틀어쥐어 창문 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살려... 살려줘...”

“너희들이 이 노인네들 약 먹이고 묶어둘 때, 살려달라는 애원 들은 적 없나?”

기철의 차가운 분노가 원장의 귓가에 꽂혔다. 그는 자비 없이 원장의 무릎 관절을 발로 짓이겼다.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놈의 비명이 병동을 울렸다.

기철은 서둘러 송 영감과 다른 노인들의 결박을 풀었다.


(“장 사장님! 건물 밖은 제가 다 통제했습니다! 노인분들 모시고 나오십시오!”)

무전기 너머로 박진우 순경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는 이미 지원 병력과 구급차를 대기시킨 채 요양원 정문을 장악하고 있었다.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두 사람의 완벽한 불협화음 공조가 빚어낸 결과였다.

“송 어르신, 이제 집에 가셔야죠. 이발소 문 여셔야지 않습니까.”

기철이 두려움에 떠는 송 영감을 등에 업었다. 평소처럼 넉넉하고 사람 좋은 미소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

어둠의 심판은 끝났다. 이제 빛의 시간이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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