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계를 복원하는 사람들

N년차 직장인의 유형별 인간 도감 시리즈(6)

by 공감디렉터J
마음을 잇는 마지막 보루

삭막한 공장 단지 사이로 굽이진 길을 따라 천안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보안전문회사 지점을 찾았다.

오늘 만날 사람은 특이한 역할을 수행하는, 영업팀의 '최후의 보루'와 같은 존재라고 했다.

'영업 전선의 최후의 보루'라면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머릿속으로는 온갖 추측들이 춤을 췄다. 크고 작은 공장들의 묵직한 숨소리와 삭막한 오피스 건물들의 그림자가 교차하는 이곳에서 그 ‘최후의 보루’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지점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예상과는 다른 따뜻한 공기가 나를 맞았다.

아늑한 대기실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객 응대 데스크 너머로 언뜻 보이는 사무실 풍경은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때, 활기찬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싱그러운 햇살처럼 쏟아지는 에너지와 누구든 무장해제시킬 듯한 친화력.

말끔한 슈트 차림에 푸근한 인상의 그는, 첫 만남부터 묘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금방 왔어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의 팀은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극도의 불만을 느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마지막 순간의 고객들을 상대하는 곳이었다. 이름하여 ‘해약/해지 방어팀’.

순간, 드라마 속 보상팀처럼 냉정하고 압박적인 분위기를 떠올렸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계약 해지 직전, 절박한 고객과의 대면

계약 해지를 입에 올린 고객들의 마음은 이미 굳게 닫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단순히 변심한 고객이 아니라, 오랜 기간 쌓인 불편함과 실망감으로 인해 마지막 결정을 내린 이들이다. 섣부른 설득은 오히려 반발심만 키우기 십상.

그래서 이곳에서는 그 어떤 위압적인 태도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공감, 그리고 고객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차분히 경청하는 것. 신기하게도, 그저 묵묵히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팽팽했던 분위기는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한다고 했다.


마음을 읽는 기술

하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된 고객에게, 그는 계약 유지에 대한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깨끗하게 출력된 해지 서류를 고객 앞에 정중히 놓으며, 서명을 권했다.

고객이 망설이며 펜을 잡으려는 순간, 그의 시선이 문득 고객의 손으로 향했다.

“잠깐만요! 아...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고객님 손금을 잠시 봐도 될까요?”

뜻밖의 질문에 고객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진지한 눈빛에 이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손금, 관상, 심지어 풍수지리까지 깊이 탐구해 온, 숨겨진 내공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여성분의 오른손은 사회생활, 왼손은 가정사를 나타내는데, 고객님의 경우 감정선의 시작점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초년에는 다소 심리적인 방황을 겪으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굵고 명확한 운명선이 힘차게 뻗어 나가는 것을 보니, 스스로의 노력으로 삶의 주체적인 힘을 키워오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잔가지가 많은 재운선은 끊임없이 재물을 모으려는 활동적인 성향을 보여줍니다."


별다른 기대 없이 건넨 말 한마디에, 고객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떠올랐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번에는 고객의 얼굴을 천천히 훑으며 관상을 보기 시작했다.


"얼굴의 인당(印堂), 즉 미간 사이가 넓고 깨끗하신 것을 보니, 성격이 시원하고 대범하며 포용력이 넓으시군요. 특히 지각궁(地閣宮), 아래턱 부위가 둥글고 풍만하신 것은 말년 운이 좋아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실 상입니다. 다만, 눈썹 꼬리 부분인 간문(奸門)에 잔주름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좋은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능력은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관, 특히 이쪽 턱 선의 기운이 아주 강하신 걸 보니, 뚝심이 대단하시겠습니다. 그리고 이마의 윤곽을 보니... 중년 이후에 사업운이 크게 열릴 운명이시네요!”

계약 해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손금과 관상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완전히 넘어와 있었다.

심지어 고객의 집이나 공장 위치의 택기(宅氣), 즉 풍수지리적인 기운까지 언급하며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가는 그의 노련함은 놀라울 따름이다.

직접 방문해서 터의 기운을 봐드리겠다는 그의 제안에, 고객과의 거리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끈끈한 신뢰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손금과 관상을 통해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고객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어진다.

계약상의 불만은 잠시 잊혀지고, 삶의 어려움이나 앞으로의 기대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고객들이 늘어난다. 그는 계약 조건을 변경하거나 추가적인 혜택을 제시하는 대신, 진심으로 고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건넨다.


"젊은 시절 고생 많으셨지만, 인복이 많으신 덕분에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을 겁니다. 앞으로 사업 운도 크게 열릴 상이니, 지금의 어려움은 잠시 겪는 성장통이라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교감 속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계약 해지를 결심했던 고객들은 오히려 마음을 열고 회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몇 년 후 사업 확장을 앞두고 보안 설비 업그레이드를 문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그의 능력은 단순한 '방어'를 넘어 '신뢰'라는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99% 해지 방어 성공률의 비밀

‘해약/해지 방어 성공률 99%’라는 경이적인 숫자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단순히 계약을 유지시키는 것을 넘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나아가 추가적인 비즈니스 기회까지 창출해내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힘의 원천은 결코 저렴한 가격이나 덤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직 고객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그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예기치 않은 순간에 건네는 인간적인 위로와 응원에 있었다.

손금이나 관상이 과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지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적인 친밀함과 공손함으로 상처 입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그의 진심 어린 태도가 아니었을까.

스러져가는 계약의 틈새에서, 그의 따뜻한 손길은 놀랍게도 새로운 신뢰의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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