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9, 2024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연이 있어 이런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순수하게 궁금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사연을 엿들으며 그런 호기심을 해소했는데, 요즘에는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이 없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유튜브 영상이나 음악 관련 채널에 달린 댓글들을 종종 읽곤 한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얼마 전 발표된 김동률의 <산책>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았다. 이성적인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어디에도 드러내지 못한 마음들이 거기 있어서, 비슷한 처지 된 자로서 조금 뭉클해졌다. 감상에 젖어 사람들이 남긴 사연을 읽어 내려가던 중 어느 짧은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울기엔 좀 애매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루 꾹꾹 참으며 보내는데 위로가 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그 댓글의 아래로는 그간 자신의 삶을 표현할 만한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울기엔 좀 애매한 삶'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것 같다며 공감하는 댓글들이 줄지어 달려 있었다. 그 글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자니, 매일 아침 발 디딜 틈 없는 전철에 제 몸 하나 간신히 싣고서 메마른 표정으로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울기엔 좀 애매한 삶, 어쩌면 습관처럼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르는 삶.
음악을 비롯한 예술 작품의 좋은 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행여 누군가 제멋대로 희화화하거나 왜곡하진 않을까 두려워 마음 깊숙한 곳에 꼭꼭 감추어둔 다양한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울기엔 좀 애매한 삶일지라도, 거기 아름다운 음악과 문장과 영상과 그림을 버팀목 삼아 오늘 하루도 무사히 견디어 낸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