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순간
K의 부음을 전해온 건, 이태 전 영등포 술집에 함께 있었던 N이었다. 한국에서 셋이 함께 보냈던 시간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고, 자신도 여전히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N을 통해 조의금을 부탁한 후, 그가 한국에 왔을 때 함께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 그는, 약간은 개구진 표정으로 내 옆에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란하는 마음들을 미처 붙들지 못한 채 퇴근하는 길, 회사 앞 길가에서 반짝이는 노란빛을 보았다. 산수유나무에 어느 틈엔가 말간 꽃이 피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겨우내 빈 채로 마른하늘을 서성이던 다른 나뭇가지에도 움이 트고 있었다. 세상은 성실하게 겨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떠나보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때. 환절기란 그런 때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