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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May 28. 2021

오래된 일기

서른일곱 번째 순간

강한 비가 내릴 때 계곡 가까이에 가면 돌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세찬 물살에 휩쓸린 돌들이 맞부딪는 소리다. 상류에 있을 때 표면이 날카로웠던 돌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조금씩 연마되며 하류로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돌들은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자갈이 되었다가, 다시 잘게 부서져 거친 모래가 되었다가, 마침내 부드러운 흙으로 변한다. 오래된 일기 속 날 선 마음들이 그렇게 조금씩 다듬어져 왔다. 몇 차례의 우기(雨期)를 보내고,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자갈 같은 마음을 품고서, 여전히 흙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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