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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Nov 14. 2019

꽃갈피

서른다섯 번째 순간

오래전 좋아했던 책 속에서, 언제 끼워두었는지 모를 꽃갈피를 발견했다. 한 시절과 함께 시들어버린 꽃은, 낡은 사진첩의 빛바랜 사진처럼 간신히 제 형태만을 유지한 채 거기 남아 있었다. 꽃을 간직한 기억을 더듬어보았으나, 끝내 가닿을 수는 없었다. 다만 꽃이 끼워진 자리에 ‘청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있어, 꽃을 끼워둔 계절이 어쩌면 봄이었을지 모르겠다고 짐작했을 뿐이다. 그 시절 꽃갈피처럼 아득해진 기억을, 시간의 저편으로 서서히 멀어져간 인연을 톺아본다. 언젠가 바래진 꽃갈피처럼 남게 될, 지금 이 순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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