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5, 2021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늘 지나는 출근길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졌다고 느낀 건, 주말 내내 내리던 비가 긋고 난 월요일 아침의 일이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그 생경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H가 회사 입구에 서 있는 나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들 이파리 좀 봐. 주말 동안 비 맞더니 순식간에 무성해졌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과연 그랬다. 어린잎이 빈 가지를 연두색 실로 한 땀 한 땀 수놓듯 채워가던 게 바로 얼마 전 일 같은데, 나무는 어느 틈엔가 형체를 갖춘 옷을 입은 듯 울창해져 있었다. 출근길 풍경이 평소답지 않게 느껴진 건, 나무가 만든 그늘 때문이었다. 겨울에서 봄을 지나온 계절은, 그렇게 다시 한번 여름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으름 한번 피우는 일 없이 착실히 변해가는 계절을 보고 있으면 절로 경외심이 든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자연의 순리를, 계절은 결코 잊는 법이 없다. 그에 반하여 무언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무용한가. 계절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변해가는 것들을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이는 일뿐이라고 일러준다.
시간과 함께 멀어진 것들에 아쉽고 서운한 기분이 들 때마다, 계절에 서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변해갈 것들에 대하여 너무 애쓰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