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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의 솔 Jul 31. 2021

여름에 다녀간 사람들

Summer, 2016

한 달 사이에 한국에서 손님이 둘이나 다녀갔다. 6월엔 G가, 7월엔 언니가 왔다. G는 가족 같은 친구고, 언니는 친구 같은 가족이다. 역마살이 있어 스무 살 때부터 이곳저곳 방랑하며 지냈는데, 둘은 내가 어디에 있든 꼭 한 번은 살피러 와 주었다. 그들은 내가 지내던 곳을 상상이 아니라 실재로 기억한다.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이 있지만, 가까운 사이여서 오히려 평소에는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잘 대접해주고 싶었는데, 휴가를 많이 낼 수 없는 처지여서 그러지도 못했다. 떠나보내고 나니 아쉽기만 하다.


G는 꼭 일주일을 머물다 갔다. 그중 하루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만나는 데 썼다. 만남은 내 친구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I씨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성사됐다. G를 만난 동료들은 입을 모아 그녀와 내가 친구라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둘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면서. 익숙한 반응이다. 학창 시절에도 둘이 어울리고 있으면,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종종 놀랍다는 듯이 이렇게 묻곤 했었다. “너희 둘이 대체 어떻게 친한 거야?” 그러면 우리는 늘 이렇게 답했다. “대체 우리가 왜 친한 건지 우리도 잘 모르겠어요.” 


언니는 여름휴가로 이곳을 찾았다. 언니와 나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어떻게 한 뱃속에서 이렇게 다른 자매가 나왔을까. 둘이서도 가끔 신기해 그런 대화를 나눈다. 예전에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해, 자주 투닥거렸다. 여행을 가서도 다투고 토라지고 화해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그런 일이 점점 줄어든다. 이번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투는 일 없이 여행을 잘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 날 언니가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간 메모를 보면서는, 전에 없이 콧등이 좀 시큰해지기도 했다. 


세상에는 이런 카테고리의 관계도 있다. 어떤 이유나 무슨 까닭이 필요하지 않은 관계. 이번에 다녀간 두 사람은 그런 카테고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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