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페 시간당킬로미터 바리스타 김미현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는 제주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제주에서 일한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정리하고,

앞으로 제주에서 일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모두 제가 좋아하고, 궁금한 분들로 선정했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저희 가족의 단골카페인 시간당킬로미터입니다. 

항상 처음이 어렵듯이, 인터뷰를 부탁드리려 첫 말을 꺼내는 것도 어려웠어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사장님께

"저, 혹시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드리고는

서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당킬로미터 카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가 먹고 싶을 때 바로 떠오르는 카페입니다.

라떼아트가 정성스럽게 그려진 카페라떼를 마실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기분이 좋아져요.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와도 가까워서 아이들과 함께 카페에 종종 가곤 해요.

아이들은 딸기가 듬뿍 올라간 딸기라떼를 마시죠.


오래오래 가고픈 카페, 시간당킬로미터입니다.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

| 카페 시간당킬로미터 바리스타 김미현



1. 제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제주에서 1인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일을 하기 위한 루틴과 습관이 궁금합니다.)


1인 카페라, 주 업무들은 요일마다 일을 분배해 두는 편이구요. 


매일 하는 업무를 말하자면, 일단 오픈시간 때에는 출근하자마자 전날 마감해둔 포스기, 그라인더, 쇼케이스 등 기기들을 켭니다. 전날 냉장고에 보관해둔 물건들을 다시 꺼내 채우고나서 입간판을 입구에 내놓고 가게 환기를 시킵니다. 문을 열자마자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바로 에스프레소 레시피를 잡아요. 전날 약품 청소한 커피 머신에 한 번씩 커피를 뽑아 버립니다. 두 번째부터 에스프레소를 잡아요. 로스팅한 날짜와 온습도계를 확인하고 뽑으면 잡는데 오래 걸리진 않아요.


중간 중간 손님을 받으면서 스콘을 만듭니다. (이때 로스팅해야하는 날에는 예열을 미리 해두기도 합니다. 6일에 4일은 로스팅하는 편) 매일하는 오픈 준비는 이래요.


카페 위치 특성 상 공무원분들과 동네 주민분들이 주 고객이라 오전과 점심에 손님이 몰리구요. 오후에는 대체적으로 한가한 편이에요. 오후 7시에 마감인데 5시쯤 홀에 손님이 없으면 청소기를 돌리고 창문을 닦습니다. 오전에 닦을 때도 있지만, 아침 일찍 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주로 오후에 닦아요. 식물이 많은 편이라 관리도 이 때 해줍니다. 6시반쯤되면 머신들을 마감해요. 바스푼(bar spoon)과 얼음 스쿱, 커피뽑을 때 쓰던 행주들, 스콘을 담아둔 케이스 등 기물들을 설거지합니다. 그라인더 호퍼(원두 담긴 통)에 남은 원두를 지퍼백에 담아놓고 포터필터 닦는 마른 행주들을 꺼내 다음날 아침을 위한 세팅을 해놓습니다. 머신 약품 청소를 하는데 우선, 우유스팀 노즐에 팁을 분리하고 피쳐에 머신청소용 약을 뜨거운 물에 넣어 담가놉니다. 머신헤드도 블라인드 바스켓에 약을 넣고 청소를 하는데요. 종이가스켓을 끼우고 있는 상태라 일주일에 한번 교체하고 헤드의 고무링과 샤워스크린을 분해청소합니다. 추가 설거지를 다 해놓고 린넨으로 다 닦아 놓고 정리는 다음 날 아침에 정리하는 편이에요. 닦았지만 물기가 아직 남아있을 수 있어서 그렇게 하는 편입니다.


오픈시간에 했던 루틴 반대로 기기를 정리하고 끄고 입간판을 넣고 불을 꺼요.



3. 일주일, 한 달, 한 해의 업무 과정이 궁금해요. 계절 별로 달라지는 일들이 있을까요?


일주일 주 업무들만 요약하자면, 일요일은 정기휴무라 월요일은 좀 더 넓고 깊게 청소에 신경 쓰는 편이고요, 목요일은 싱글 빈을 로스팅하고 금요일은 커핑과 원두세팅, 토요일은 소스(카라멜, 초코, 말차소스)나 시럽(심플시럽, 바닐라시럽)을 만들어요. 일주일에 2번 블랜드용 원두를 볶습니다.


다달이 하는 일은 딱히 없어요. 보통 그때그때 해결하거나 과일 시즌 때, 청을 만드는 정도에요.


지금 카페를 한지 5년차인데, 새로운 업무나 시도들은 1~3년차에 많이 했던 것 같고요. 올 해는 모든 걸 수정하고 수리하는 중입니다. 레시피를 다시 한 번 검토하기도 하구요.(내가 먼저 100프로 만족할 수 있게)


낡아진 게 많아졌거든요. 얼마 전엔 bar바닥 보수를 했는데 (운이 안 좋게도 수도관이 찢어져서 bar 밑바닥에 물이 찼던 적이 있어요.) 수도관을 부분 교체하고 타일도 전부 교체했어요. 오픈할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시멘트 줄눈 작업한 게 하루 만에 깨져서 실리콘으로 교체작업을 제가 다시 하기도 했어요. 아, 홀 바닥은 우드라서 매년 오일스테인 칠을 해야 하고요. 그 때마다 하얀 벽의 페인트칠도 다시 합니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아요.



4.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셨을까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간호학과를 중퇴했어요. 그 때 저는 가족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됐어요. 원래하고 싶었던 건 ‘그림을 그리고 싶다’ 였어서 학교 나오고 나서 화방 구경도 실컷 하고 집에선 그림도 그리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생활비도 없고 학자금 대출금도 마저 갚아야하니까 그 당시에 제일 오래 일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12시간을 일했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카페 일을 직업삼고 싶진 않았어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집, 일, 집, 일...


그러다가 쉬는 날에 제가 한 로스터리 카페에서 갔는데, 거기에서 라떼를 마시고 충격을 받았어요. 시럽을 넣은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는데 사장님이 시럽을 깜빡하고 빼먹으셨더라고요. 분명 그 단맛이 아닌데, 달고 부드러웠습니다. 그 한 모금을 마시고 ‘아 이거다’ 싶었어요. 머리에 뭔가 찌릿, 지나가는 기분. 커피가 ‘맛있는 음료’구나 생각했어요. 라떼아트도 그려져 있었고요. 눈과 코와 입이 즐거웠습니다.


그 카페에서 나오고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어요. 커피관련 책은 5-6권 정도밖에 없었던 기억이 나요. 그 책을 전부 구입했어요.




5. 그 전에 하셨던 일들은 무엇이었나요?


일을 정말 많이 두루두루 했어요. 밤낮 할 것 없이 투잡, 쓰리잡도 해봤고요. 카페 일만 나열하자면 프랜차이즈 두 군데, 개인 카페 다섯 곳 정도였던 거 같아요.


아, 제가 일 할 때 기준이 있었는데 주로 매출이 좋은 바쁜 매장에서만 일하려고 했어요.



6. 어떻게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물론 돈이 있으면, 여기저기 맡기면 되요. 카페 창업컨설팅 해주는 곳이 많으니까요. 혹시 저처럼 여유가 있지 않다면, 그럼에도 카페를 준비하고 싶으시다면 좀 더 구체화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카페 창업하기 1년 전쯤에 제가 하고자 하는 카페의 ‘틀(?!)’을 노트에 적어놨었어요.


정말 자세히 구체적으로요. 내가 원하는 카페를 만들려면 최소한 금액이 얼마가 있어야하는지는 그 노트 한 권을 채우니 알게 되더라고요.



7.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직원으로 있었을 때 배우는 것도 많지만, 사업자가 되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커피공부나 그 밖에 배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바(bar) 안에 있을 때의 시야가,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거든요. (기구나 커피나 사람이나) 이건 굳이 카페 일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업자가 느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감사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네요!



8.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제 카페는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요. 혼자 모든 일을 하구요. 생두를 다이렉트로 수입하지도 못하고 직접 커피 생산지에 가본 적도 없지만, 유튜브나 커피 관련 책으로 현 시점의 ’정보‘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요.(물론 놓칠 때가 대다수지만)


일하다 중간 중간 커피 관련 책을 보는데 최소 하루 한 장이 목표입니다. 책을 좋아하는데 평일은 주로 커피 책을 보고 토요일 하루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보는 편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뭔가를 계획하기에 좀 많이 느린 것 같습니다.



9.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하려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그대로만 해.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10. 제주에서 지금의 일을 한다는 건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어느 카페든 관광지에 위치해 있지 않아도 자연과 쉽게 접할 수 있죠. 제 카페도 작은 동네 카페지만 카페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일할 때 확실히 일하고, 쉴 때 완전하게 분리되어 쉴 수 있다는 점이, 오랫동안 또는 건강하게 카페를 운영하는데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