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베트남 음식점 SEOGWIPHO 최진필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는 제주에서 일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제주에서 일한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정리하고, 앞으로 제주에서 일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모두 제가 좋아하고, 궁금한 분들로 선정했습니다.


서귀포호는 우리 부부의 소울푸드라고 말하는 베트남 쌀국수 음식점입니다. 

베트남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따뜻한 국물이 떠오를 때 꼭 서귀포호 쌀국수를 먹습니다.


서귀포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동화책에서 나온 듯한 사장님이 뿅-하고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쌀국수에 한 가득 고기를 얹어주셔서 쌀국수인지 고기국인지 알쏭달쏭하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위로가 필요할 때 가는 식당, 서귀포호입니다.






제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

베트남 음식점 SEOGWIPHO | 최진필

1. 제주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일을 하기 위한 루틴과 습관이 궁금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유일하게 부리는 사치(?)는 매일 짧게라도 반신욕을 합니다. (결혼하고서 아내 덕분에 생긴 루틴입니다) 씻고 출근하면 재료 준비해서 정신 없는 점심 타임을 치르고, 3시경 브레이크 타임이 되서야 아침 겸 점심 첫 끼를 먹고(과식과 반주 필수) 저녁타임 준비 합니다. 저녁 타임까지 마치고 10시 경이 다 되어 집에 오면 늦은 저녁 겸 야식을 먹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풉니다. (역시 과식과 반주 필수) 피곤한 날은 먹다가 소파에서 잠드는, 매일 과식과 과음이 습관이고 루틴이네요.


3. 일주일, 한 달, 한 해의 업무 과정이 궁금해요. 계절 별로 달라지는 일들이 있을까요?

우선 그날 그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매일 소비되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다르고, 그 소비량에 맞추다 보니

저희의 일은 우선 손님들의 소비 패턴과 니즈에 맞춰 가는 것 같아요. 어떤 날엔 하루에 육수를 두번씩 끓이기도 하고 어떤 날엔 분짜 고기 손질을 하루종일 할 때도 있구요.

단, 날 더운 시즌엔 신선도를 위해 조금씩 자주 준비하구요. 겨울엔 육수를 더 많이, 자주 끓이구요. 더운 날엔 손님들이 마시는 물도 차가운 걸 더 많이 준비하고, 겨울엔 따뜻한 차를 더 다양하게 준비하는 그런 사사로운 일들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4.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셨을까요?

서귀포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요. 어떻게든 서귀포에 자리잡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5. 그 전에 하셨던 일들은 무엇이었나요?

제주도에 이주해서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몇년 근무했고 성산에 게스트 하우스도 잠깐 운영했었고 현재는 SEOGWIPHO (서귀포호)를 5년째 운영중입니다.


6. 어떻게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기술이나 능력보단 사실, 어떤 확실한 계기와 목표, 확신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간절함 인 것 같아요. 여기서 이걸 꼭 해야만 하는 이유! 와 무조건 열심히 포기 하지 않고 버텨야 하는 크고 작은 책임감들.(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싫었고, 제주도에서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마침 제주도에서 만난 사랑하는 그녀요.) 그리고 함께 하는 확실한 조력자의 긍정과 응원!

처음에 베트남음식 전문 쉐프와 오픈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픈전날 그 친구가 배신하는 바람에 그래서 사실 오기가 생겨서 또라이라 할 정도로 하고 있는 음식에 대해 집요! 했던것 같아요. 워낙 음식에 대해 관심도 많고, 먹는 걸 좋아 하기도 하지만 대충 감으로 하는 것을 싫어해서 공부도 엄청 열심히 했고, 많이 먹어보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많았고, 많이 버리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만들 때도 각 재료의 일단위 그람수와 영점 몇 프로의 염도도 정확하게 하려고 하는 편 이예요. 모든 걸 수치화 하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저만의 프로세스가 있는 편이구요. 그냥 하는일에 좀 미쳐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저만의 철학입니다)


7.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손님들이 극찬 해주실 때, 가족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음식으로 인정받을 때, 사랑하는 그녀가 맨날 쌀국수 먹고 싶다 할 때, 내가 한 음식이 내가 먹어도 너무 맛있을 때 입니다.


8.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주방이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힘들어요.(가끔 이러다 죽겠다 싶기도 해요) 그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일한다는 게 체력적으로도 힘들 긴 하지만 내 시간이, 우리 시간이 너무 없는 삶인 거에 가끔 억울할 정도로 힘들어요. 제주에 오면 좀 더 여유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평생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또 서비스업이다보니 정말 견디기 힘들게 이기적인 손님들과 내 맘과 같을 수 없는 직원 문제들이 힘들게 합니다.


9.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하려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니???


10. 제주에서 지금의 일을 한다는 건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전혀 다른 결론이지만 전 결혼요. 그녀가 도와 주기 시작하면서 일의 중심을 잡아갔고, 결국 결혼해서 함께 하고 있으니 정말 저에게는 특별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