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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보낸 한 조각의 여유

카페블루하우스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늦은 아침, 느린 걸음으로 블루하우스 제주점을 찾았다. 익숙한 간판을 보자 마음 한편이 포근해졌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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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위로, 그리고 파니니 한 입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 향이 반겼다. 창가 자리에 앉아 한라산이 보이는 창문을 바라보며 홍콩밀크티를 한 모금 마셨다. 깊고 부드러운 단맛이 입안을 감쌌고, 찻잎이 우려낸 묵직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찻잔을 손에 감싸 쥐고, 이 순간을 조금 더 오래 음미하고 싶었다.

파니니는 바삭한 소리를 내며 한 입 크기로 잘려 있었다. 손에 닿는 온기와 치즈가 사르르 녹아드는 감촉이 좋았다. 치즈가 듬뿍 들어간 파니니, 촉촉한 닭가슴살이 들어간 파니니. 천천히 씹을수록 재료가 주는 맛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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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다

창밖으로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저 산을 바라보며 수없이 많은 계절이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고, 또 떠나가지만, 나는 이곳에 앉아 잠시 모든 흐름을 멈추고 싶었다.

핫초코를 한 잔 더 시켰다. 깊고 진한 초콜릿 향이 퍼지는 순간, 달콤한 여운이 마음까지 녹였다. 마지막으로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바삭한 페이스트리 속에 부드러운 크림이 채워진 한 입. 그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충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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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머무는 것들

요즘 제주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익숙한 장소가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남아주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이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다.

떠나는 이들도, 남아 있는 이들도 모두 행복하길. 그리고 언젠가 다시 제주에서 만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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