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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주 Jun 08. 2020

'코로나'는 4차산업의 '트로이목마'

베스트셀러 <부자들의 습관 버티는 기술> 

버티면 살고 못 버티면 죽는다

2020년 3월, 전 세계 주식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은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컸다. 그러던 3월 13일, 주식시장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빚내어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부채잔고(신용융자액)가 조금씩 줄어 들더니 마침내 그날, 10조 원 밑으로 추락했다. 주가폭락으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외상 투자자들에게 증권회사의 반대매매(돈을 갚지 못한 사람들의 보유주식을 증권회사에서 강제로 매도하여 빚을 청산하는 거래)가 늘어난 때문이었다. 반면 ‘주식예탁금’, 즉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의 ‘현금’은 하루 사이에 무려 2조 원 넘게 증가하면서 신용융자잔고의 3배가 넘는 36조 원을 돌파했다. 

돈 없는 투자자에게 그 날은 ‘데드크로스(Dead Cross)’, 돈 있는 투자자에게는 ‘골든크로스(Golden Cross)’, 쫒겨 나가는 사람들의 절망이 부자들의 기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버티면 살고 못 버티면 죽는다부자들은 버티면 이긴다는 사실을 안다. 부자라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있었기에 부자가 되었다.      


()시대의 종말을 고하다

코로나가 덮친 세계 경제에서 가장 극단적인 두가지 사건은 마이너스 유가와 최고급 백화점의 파산이다. 

첫 번째, 마이너스 유가.

석유는 제조업 기반의 구시대 경제를 대표한다. 세계 경제는 산유국들이 정하는 유가에 가장 민감했다. 그런데 선물시장에서 유가가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것은 구 시대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황제의 권위가 마침내 추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 ‘니만 마커스’ 백화점의 파산. 

니만 마커스는 1907년, 텍사스 부호들의 사치품 욕구를 충족시켜줄 목적으로 오픈한 이래 미국 전역으로 확장하면서 무려 123년 동안 미국의 유명배우와 부유층들의 패션을 책임져 왔다. 제조업 황금시대에서 쇼핑의 황제로 군림했던 니만 마커스 백화점의 파산이 마이너스 유가와 함께 구시대의 종말을 뜻하는 이유다.      


20년 전쟁의 종말, ‘트로이 목마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그리스와 트로이 전쟁은 트로이 목마로 인해 결판이 났다. 트로이 성은 너무나 높고 견고해서 그리스가 10년 동안 공격했지만 성문조차 열지 못했다. 마침내 그리스는 나무로 만든 말(트로이 목마)에 수 십명의 병사를 숨겨놓고 퇴각한다. 성문 위에서 그리스의 퇴각을 지켜본 트로이 군대는 승리를 환호하며 성문을 열고 튀쳐나가 그리스 군대가 남긴 목마를 전리품으로 챙겨 성 안으로 끌어다 놓고 축제의 밤을 즐긴다. 밤이 깊도록 술에 취한 트로이 군사들이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을 때, 트로이 목마에서 나온 그리스 병사들이 성문을 열고 그리스 군대를 불러 들였다. 길고 긴 트로이 전쟁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리스와 트로이는 10년 동안 싸웠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무려 20년 이상을 싸워왔다. 그러나 공장과 매장으로 높고 견고한 성을 쌓은 오프라인은 인터넷을 앞세운 온라인을 무자비하게 굴복시켰다. 역사학자들은 그것을 ‘닷컴버블(1999년)’이라 부른다. 1차 전쟁은 그렇게 오프라인의 승리로 끝났다.

그 이후 인터넷은 게릴라전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조금씩 진화하던 초고속 통신망을 앞세워 오프라인을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 48억 달러(원화 약 6조 원)에 달하는 니먼 마커스 백화점의 부채규모는 오프라인 매장의 부실이 단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를 비롯한 백화점 업계는 오래 전부터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구시대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각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고용을 줄이는 인터넷 기업을 좋아하지 않았다. 반독점규제와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유출의 책임을 따지고 디지털세금으로 압박하는 등 파상공세가 시작되었고 이것이 기술주 거품 우려로 이어지면서 제2의 닷컴버블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인터넷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전쟁을 끝내는 척 하면서 대신 트로이 목마를 구시대 경제의 높고 견고한 성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날 밤, 구시대 경제가 승리를 자축하며 밤이 깊도록 술판을 벌인 후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을 때, 트로이 목마에서 나온 코로나는 전 세계의 공장과 사람의 이동을 마비 시켰다. 

물론 4차산업이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을 만들고 퍼트리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는 트로이 목마였다. 구시대 경제를 상징하는 제조업이 멈춰선 공간으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홈 스트리밍 서비스기업 넷플릭스 등 사람의 접촉이 필요없는 ‘언택트(Untact) 기술’을 앞세운 4차산업 기업들만 펄펄 날았다. 

닷컴버블 이후 20년을 끌어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2차 전쟁, 정말 온라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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