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공황은 내 불안이 아니라, 내 확인을 먹고 자란다

by 베레쉬트

공황이 왔다.

조용히
정확히는
조용히 온 척하면서

숨이 조금 막혔다
아주 조금

근데 그 “조금”이
내 안에서 갑자기 커졌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은 또 한 번
내 몸이 나를 심문할 거라는 걸




“나 왔어.”

공황이 말했다

나는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또 왔네.”

“응. 나 요즘 자주 와


너 요즘 너무 괜찮아 보이더라”




나는 숨을 쉬었다
근데 그 숨이 내 것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사람이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이 사람을 끌고 가는 느낌이 든다

공황은 그걸 너무 잘 안다




“너 지금 숨이 이상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도?”

심장이 한 번 툭 뛰었다

공황이 웃었다

“됐어. 이제 시작이야.”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린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 죽는 거야?”

공황은 잠깐 표정을 바꾸더니
아주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

“죽는 건 아니야
근데 죽는 것처럼 느끼게는 해”


공황은 늘 친절하다
너무 친절해서 무섭다



공황은 내게 말한다

지금 위험하다고
지금 도망가야 한다고
지금 아니면 늦는다고


근데 공황의 방식은 늘 똑같다

위험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위험을 믿게 만든 다음
내 몸을 증거로 쓰는 방식




“너는 왜 항상 이렇게 오는 거야?”

내가 묻자
공황은 잠깐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너 요즘… 모르는 게 많잖아”




“모르는 거?”

“응


이게 왜 시작됐는지 모르지
언제 끝날지도 모르지
이번엔 어디까지 갈지도 모르지”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공황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사람은 모르면 무너져”

특히 너는

공황이 나를 잘 알아서가 아니다

공황은
내가 통제 불가를 싫어한다는 걸 안다

내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는 느낌
빠져나갈 수 없다는 느낌

그게 내 안에서
죽음처럼 번역된다는 걸 안다




“너 있지

네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뭐야?”

공황이 물었다

“죽음?”

내가 고개를 들자
공황이 웃었다

“아니


“확인할 수 없다는 거”




심장이 더 빨라졌다
손끝이 저렸다
세상이 조금 멀어졌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글자 하나가 떠올랐다


큰일



공황이 그 글자를 잡아채듯 속삭였다

“그래. 큰일이야.”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내 몸의 모든 버튼을 눌렀다




숨이 빨라졌다
가슴이 답답했다
땀이 났다
시야가 좁아졌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내 몸은 이미 뛰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죽는 게 아니라
죽을 것 같은 몸을
견뎌야 했다




공황이 말했다

“봐. 증거 나왔지?”

“네 몸이 말하잖아
위험하다고”

“너 이제 확인해야겠지
확인하면 할수록
나는 더 커질 거야”



나는 그 말을 반박하고 싶었는데
그게 더 무서웠다

공황은 내가
원인을 찾으려 한다는 걸 안다




“너 또 원인 찾으려고 하지?”

공황이 웃었다

“나

원인으로 안 꺼져”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날을
왜를 붙잡고 버텼는지
공황이 알고 있었다



“그럼 너는… 뭐로 꺼지는데?”

내가 물었다

공황은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낮게 말했다



“안전”



그 한 단어가
내 가슴을 찔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공황은 공포를 주러 오는 게 아니다

공황은
내가 안전을 믿지 못하는 걸 말해준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나 지금 위험한 거 아니지”

공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심장을 한 번 더 흔들었다




“너 지금 또 믿고 싶지?”

공황이 물었다

“근데 너는 믿기 전에 확인하잖아”

맞다

나는 늘 확인한다

숨을 확인하고
심장을 확인하고
손끝을 확인하고
내가 망가진 건 아닌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 확인이
공황을 키운다




공황은 내 불안이 아니라
내 감시를 먹고 산다




나는 말없이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손바닥을 천천히 펴고
손가락 끝을 느꼈다

지금 내 손은
여기 있다




공황이 말했다

“그거 소용없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황은 내가 침묵하는 걸 싫어한다




공황은 말로 시작되고
말로 커지기 때문이다




나는 숨을 깊게 쉬지 않았다

그냥
조금만 쉬었다
딱 그만큼만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건 위험이 아니다
경보의 오작동이다




공황이 잠깐 멈췄다

아주 짧았지만
나는 그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너 지금… 나를 무시하네?”

공황이 말했다

“응.”

내가 대답했다



“너는 사실이 아니니까”




공황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공황은 원래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 반격을 한다




“그래도 너는 무서울 거야”

공황이 말했다

“또 오면 어떡하지”

그 말이 제일 아팠다

공황의 본체는 발작이 아니다


다시 오면 어떡하지


이 감시 모드가
내 삶을 좁힌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공황에게 말했다

“와도 돼”

공황이 멈칫했다

“뭐?”

“와도 돼



근데 너는 사실이 아니야”



그 말은 용기가 아니었다

그냥 정직한 선포였다




공황이 한참 나를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변했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공황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숨이 돌아오고
심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세상이 다시 가까워졌다




공황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병이나 감정이 아니야”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몸의 신호를 과하게 해석한 결과야”





공황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끝내지 않았다




그리고
말 하나가 남겨졌다




공황은 죽음이 아니다
죽음이라고 믿어버린 몸이다




그다음 공황이 와도

내 삶이 좁아지게 두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