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기 기준'을 남에게서 찾을까

8화

by 베레쉬트

사람은
기준이 흔들릴 때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

먼저
불안을 느낀다.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을 때보다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를 때


사람은 더 불안해진다.


그래서 기준이 흐려지는 순간
사람은
마음 안쪽을 보지 않는다.

대신
바깥을 본다.

누가 잘하고 있는지,
누가 인정받는지,
누가 앞서 가는지.


이때 사람의 눈은
유난히 바빠진다.


자기 삶을 보는 눈이 아니라

타인의 위치를 재는 눈이 된다.






기준을 잃으면
판단은 멈추지만


비교는 멈추지 않는다.


비교는


기준이 없을 때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임시 결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남보다 낫다는 감각에서
잠깐 안도하고,


남보다 뒤처졌다는 감각에서
깊이 무너진다.


문제는
이 감각들이
전부 자기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의 기준은
언제나
상황에 따라 바뀐다.

오늘은
감정이 기준이고,

내일은
기분이 기준이고,

다음 날은
태도가 기준이 된다.




그래서
타인의 기준을 빌려 쓰는 사람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자기 위치를 잃는다.




이상한 건,
사람이 이 과정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난 비교 안 해.”
“난 남 신경 안 써.”

이 말은 대부분
비교가 너무 습관이 되었을 때
나온다.




비교는
의도적이라기보다
반사적으로 에 가깝다.






기준이 없을 때
사람은


기준을 만드는 대신
기준을 가진 사람이나 말을 찾는다.


확신에 찬 말이나 문장들
단정적인 태도
흔들리지 않는 표정.



그 사람의 말이
맞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흔들리지 않아 보여서
끌린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삶의 판단을
남의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다들 맞다고 하니까.”
“이게 맞는 방향이라서.”
“요즘은 이렇다 그래서.”

이 말들 속에는
자기 생각이 없다.

대신
자기 불안을
잠시 맡겨둔 흔적만 있다.




타인의 기준은
처음에는
도움처럼 느껴진다.

결정을 대신해 주고,
불안을 줄여주고,
책임을 나눠 갖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자기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


왜 이 길을 가는지,
왜 이걸 계속하는지,
왜 멈추지 못하는지.


설명은 있지만
확신은 없다.




그래서 어느 순간
사람은
이상한 공허를 느낀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자기 삶 같지 않은 느낌.







자기 기준을 잃은 사람은
실패보다
성공에서 더 공허해진다.

성공해도


기쁨과 만족이란 것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이 밖에 있으면
만족도
항상 밖에 있다.

그래서 사람은


더 확인받으려 하고,
더 인정받으려 하고,
더 맞추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감각은
점점 무뎌진다.






자기 기준을 되찾는 일은
강해지는 일이 아니다.

더 옳아지는 일도 아니다.

그건
다시 느끼는 일에 가깝다.


지금 이 선택이
나를 달려가게 하는지,


아니면
나를 여유 있게 하는지.





사람은
자기 기준을 찾을 때
갑자기 명확해지지 않는다.

대신
가만히 있어도 조용해진다.


























다음 화에서는


사람이 왜
자기 감각이 무뎌질수록


더 확신에 찬 말을 하게 되는지,
그 역설적인 구조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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