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안심하고 변하는 순간은

27화

by 베레쉬트


사람이
처음으로 안심하는 순간은


대부분
기쁜 순간이 아니다.


성공했을 때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됐을 때도 아니다.


그 순간은
아주 조용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괜찮은 순간.








사람은 보통
안심을
조건으로 배운다.


잘하면 괜찮고,
버티면 괜찮고,


맞추면 괜찮고,
참으면 괜찮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안심을
항상 미래로 미룬다.


“조금만 더 하면.”


“이것만 넘기면.”


“이번만 지나면.”


하지만 몸은
그 방식으로
안심하지 않는다.


몸이 처음 안심하는 순간은
이럴 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실수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말을 멈춰도
자리가 사라지지 않고,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도
존재가 유지될 때.




그때 몸은
처음으로
새로운 신호를 받는다.


“여기는


버티지 않아도 된다.”





이 신호는
아주 작아서


대부분의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냥
숨이 한 박자 편해지거나,
몸의 긴장이 조금 내려가거나,
말이 잠시 멈추는 정도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몸에게는
크다.




왜냐하면
몸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자리를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안심하는 순간
사람은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래도 괜찮나?”
“뭔가 빠진 것 같은데.”
“이러다 다시 무너지는 거 아니야?”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은


불안을 동반한다.


불안은
위험의 신호가 아니라,


낯섦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몸은
아직 모르는 안전을
쉽게 믿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안심하는 순간에도


습관처럼
긴장을 다시 올린다.


괜히 일을 만들고,
괜히 말을 더 하고,
괜히 할 일을 붙인다.


그게 몸에 적응된
예전 방식이니까.


하지만 진짜 안심은


그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몸이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면


사람은
변한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갑자기 밝아지지도 않는다.


다만
예전보다
덜 급해진다.


덜 증명하고,
덜 맞추고,
덜 버틴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용기 때문이 아니라,


안전이 옮겨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변화는
의지가 아니라


안심의 이동이다.








내 몸은


안심을


이동하고 있을까?


























이전 26화나는 왜 바꾸고 싶은데 바뀌기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