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사람은
같은 일을
겪지 않는다.
같은 느낌을
되풀이한다.
장소가 달라도,
사람이 달라도,
형태가 달라도.
이상하게
감정은
비슷한 자리로
되돌아온다.
또 서운해지고,
또 불안해지고,
또 혼자가 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원래 이런 상황을 자주 만나.”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또 같은 감정이야.”
하지만
반복되는 것은
상황이 아니다.
기억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억은
사건의 기억이 아니다.
설명되지 않은 감각,
끝나지 않은 느낌,
정리되지 않은 반응.
그것들이
기억의 형태로
몸 안에 남아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겪을 때
그 순간만 반응하지 않는다.
과거에
비슷한 감정을 남겼던 자리들이
함께 열리며
반응한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혼자서 오지 않는다.
과거의 감정들이
같이 도착한다.
그때 사람은
이걸
‘지금의 문제’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반응의 크기는
현재 때문이 아니라
축적 때문인 경우가 많다.
작은 말 한마디가
지나치게 아프게 느껴질 때,
사람은
지금의 말만 듣고 있는 게 아니다.
예전에
비슷하게 남겨졌던 말들,
해결되지 못한 표정들,
닫히지 않은 장면들이
함께 울린다.
그래서 감정은
늘 과거와 현재를
겹쳐서 만든다.
사람은
이 현상을
잘 보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건
항상
지금의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을 바꾸고,
환경을 바꾸고,
선택을 바꾼다.
하지만
감정은 그대로 남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감정은
상황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기억’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어.”
“이번엔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다르지 않았던 건
상황이 아니라
기억 속의 과거였다.
사람이
같은 감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그 감정을
끝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느꼈지만
보지 않았고,
아팠지만
머물지 않았고,
반응했지만
이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정은
다시 돌아온다.
과거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를
흘려보낼 수 있을까?
다음 화에서는
이 반복되는 감정들이
어떻게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는지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