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의무를 묵묵히 해나가며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삶의 태도
끊임없이 유동하는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동시에 성공과 실패는 온전히 나만의 몫이라 말한다. 아무 도전도 하지 않는 자를 게으름뱅이로 평하고, 실패가 온전히 나만의 책임이라고 하면 어찌 우울증에 빠지지 않거나 공황 발작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덴마크의 심리학자가 스토아 철학을 인용하여 온전한 나를 찾거나 더 나은 나로 계발하기를 멈추고 조금 불완전한 면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 존엄성 있게 살아가는 법, 자기 자리에 단단히 서서 뿌리내리며 사는 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준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과거를 생각하면 우울하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므로,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쉽사리 뽑히지 않을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아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
삶의 의미는 우리 안에 없다. 내면의 목소리만 따르면 하루 종일 누워만 있고 싶고, 아내가 있는데도 예쁜 사람이랑 바람피우고 싶고, 다른 사람을 죽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면 살인자가 된다.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폭군으로 군림하며 다른 사람을 자기 발아래 둔 역사적 인물들은 결국 쾌락은 누렸을지언정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세상에 자신을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리를 잡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루쏘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게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진정한 살인자가 되는 것보다 가짜 마더 테레사가 되는 게 낫다. 진짜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은 그 자체로 결코 가치 있지 않다. 우리가 서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 하는 것이야 말로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책임을 다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진짜 우리 자신인지 아닌지 따지는 건 사실 의미가 없다. 나의 “생각”이 아니라 “내가 쌓아 올린 역사(실제 행동)”가 나를 정의한다.
요즘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이렇게 “내면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믿을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이들이자. 내면의 목소리에 의심을 품고, 가끔 투덜거리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때로는 과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해 부당한 상황에서 나를 지키고, 부끄러움을 앎으로써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검열하고, 타인을 이상화하기보다는 서로 연결된 사람들과 인간적인 우정을 쌓으며, 그들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 하며 사는 것이 크게 가치 있는 삶이다. 그것이 인간적 존엄성을 갖추게 하여 안정감을 주고,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