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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병장수 Dec 31. 2023

해독 일기_프랑수아즈 사강

일기, 나를 치유해 주고 사랑하게 해주는 나의 구원자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프랑수아즈 사강이 중독 치료를 위해 정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쓴 일기.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던 그녀는 신체적 통증과 섬망으로 인해 심신이 쇄약 해져 두려움을 느끼지만, 통증을 끝까지 견뎌보기도 하고, 결국 패배해 약에 취해 몽롱한 쾌락을 누려보기도 하며, 고통과 불안에 휘말리는 자기 스스로를 관찰하며 끝내 정체감을 잃지 않는다. 다른 정신장애 환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목가적 풍경과 독서를 통해 자연과 문학의 아름다움을 누리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낸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자기와 주변 세상에 대한 솔직하고 담백하며 세밀한 관찰이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견뎌낼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통증 앞에서 철저히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며, 결국 문학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가 가장 두려운 병이라고 말한다. 나를 정의하는 여러 차원들 중 자신의 사고가 가장 본질적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한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신체적 건강, 사고, 정서의 세 차원의 균형이며 어떤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몸이 아프니 즐겨 읽던 책에도 집중하기 어렵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져서 예민하게 굴고, 주변인들에게 쉽게 섭섭해하면서 정신적으로 쇄약해지는 과정에서 작가는 정신분열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일기를 쓰며 버틴 것 같다. 결국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 나의 생각과 정서 상태 모두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기를 쓰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루 동안 내가 몸으로 체험한 세상, 주변 사람들, 경험을 통해 느낀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담하게 글로 써 내려가면서 나의 하루를 정리해 보고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사실은 얼마나 사소한지 다시금 깨닫게 만들어 준다. 일기는 무료 심리상담소이자, 진짜 내가 원하는 나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안내서의 역할을 하는 차원에서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행위다.


이렇게 소소하고 별 볼 일 없는 일과들을 기록하기도 하고, 남들과 나누기 어려운 쓸데없는 고민을 해보기도 하고, 부끄러운 생각을 고백해 보기도 하는 과정. 하루를 이루는 수십 개의 작은 부스러기들 중 무엇을 무시하고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 꼭 무언가를 이루지 않더라고 각박한 인생을 살아낸 것 자체가 기특한 일이다. 하루를 버텨낸 기특한 나 자신에게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나를 위한 가장 귀한 선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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