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병장수 Jan 27. 2024

슬픔이여 안녕_프랑수아즈 사강

사랑의 무게

“슬픔이여 안녕”은 18세의 사강이 두 달 만에 완성한 데뷔작이다. 17세 소녀 세실이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애인과 함께 여름 별장으로 휴가 가서 벌어진 일에 대한 소설로 두 달간의 짧은 기간 동안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상태와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 특성 및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세밀하게 묘사되고, 스토리 흐름이 빨라 순식간에 몰입해 읽을 수 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이제 더 이상 내게 슬픔은 없다는 작별의 의미인 안녕(good bye)인 줄 알았는데, 비로소 처음 경험하게 된 상실의 아픔을 슬픔이라 명명하고 이 감정을 맞이하는 의미의 안녕(hello)이었다. 분량이 짧고 흡입력이 있어서 금세 읽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한참동안 내가 상실의 슬픔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상실의 슬픔을 느낄만한 사랑을 했었던가? 지난날 내가 사랑이라 여겼던 것들을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나? 그저 유쾌한 감정은 아니었나?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게 된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철저히 쾌락추구적인 삶을 살다 간 사강조차도 이 책 속에서 안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지속적인 애정과 다정함 그리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쾌락 추구적인 사랑은 얕고 연약하여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만남의 반복은 소모적이어서 사랑에 대한 허무감과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해 개인을 고립시킨다.


어떤 방식의 사랑을 채택하든 사랑을 하는 동안 개인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자유롭게 쾌락을 탐닉하는 즐거운 사랑은 가볍고 쉽게 휘발되어 결국은 홀로 남겨지게 된다. 반면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책임감 있고 진지한 사랑은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상호 간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깨지지 않는 한 오래 지속가능하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욕구는 애정에 대한 욕구만큼 강력한데, 안정감이라는 것은 결국 정해진 틀을 유지하는데서 비롯되니, 틀에 맞춰지는 삶에 대한 거부감, 즉 독립성에 대한 욕구는 안정적 사랑의 본질과 상충돼서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생각해 본 후 각각의 사랑이 주는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안정감을 선택했다면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라. 가벼운 즐거움을 선택했다면 소모적인 허무감 속에서 고갈되는 상처를 견뎌라.

매거진의 이전글 긴긴밤_루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