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는 장치 - Part 1

보이는 것들

by 물개사랑

“너는 내 마음을 알아?”

그 질문을 들은 순간, 나는 잠시 대답을 미뤘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너무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응, 알아.”

그녀는 웃었다. 내가 웃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기 전까지는.

“어떻게?”

나는 테이블 아래에서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아주 작은 진동이 손바닥을 스쳤다. 장치가 켜졌다. 그녀의 머리 위, 정확히는 이마에서 약간 위쪽 공중에, 연한 빛이 피어올랐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에게만 보이는 색과 형태였다.

“나는 마음을 볼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어.”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또 그 농담이야?”

농담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처음 이 장치를 만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해석기’라고 불렀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기계라기보다는, 이미 몸이 말하고 있는 신호들을 정직하게 해석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뇌파, 호르몬 반응, 동공의 미세한 떨림, 손끝의 체온 변화. 숨기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신호들.

처음 성공했을 때, 나는 울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동시에 솔직했다. 사랑은 생각보다 불안했고, 거짓은 언제나 확신이 없었으며, 증오는 분노보다 먼저 두려움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했다.

나는 장치를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논문도, 특허도, 발표도 하지 않았다. 세상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가 준비가 안 됐다. 그래서 나는 아주 제한적으로만 사용했다. 내 앞에 앉은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그녀였다.

그녀의 마음은 따뜻한 색이었다. 연인에게서 흔히 보이는, 안정된 파동. 하지만 그 중심에 아주 작은 균열이 있었다. 유리잔에 금이 간 것처럼, 조용히 번지는 어두운 선.

나는 눈을 깜빡였다. 다시 봤다. 사라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봐?”

“아니야.”

나는 장치를 껐다.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은 다시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 되었다. 웃고 있었고,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보았다. 아직 말하지 않은 마음, 아직 선택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

그녀는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을 뿐…….


그날 밤, 나는 혼자 장치를 켜고 거울 앞에 섰다. 이 장치는 타인의 마음만 보도록 설계돼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는 작동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공중에, 내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 같은 형체가 떠 있었다. 불규칙하게 일그러진 파동.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계속 변하는 색.

나는 숨을 삼켰다.

“말도 안 돼…….”

장치는 오류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 순간, 장치의 상태창에 내가 설정해 둔 적 없는 문장이 떠올랐다.

[관측 대상: 사용자 본인]

[마음 상태: 미확정]

나는 장치를 끄려 했지만, 버튼이 먹히지 않았다. 그림자는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장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을 확정 짓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장치를 만든 것을 후회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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