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는 장치 - Part 2

숨기려는 것들

by 물개사랑

‘당신의 장치로 당신의 마음을 봤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녀는 카페가 아니라 내 연구실로 오겠다고 했다.

“사람 많은 데는 싫어.”

그 말과 함께 전송된 메시지 뒤에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장치를 바라봤다. 책상 위에 놓인 작은 금속 덩어리. 켜져 있지 않은데도,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미세하게 열을 내고 있었다.

연구실 문이 열리기 전까지, 나는 몇 번이나 장치를 끄고 싶었다. 아니, 없애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미 한 번 본 마음은, 보지 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여기 여전하네.”

그녀가 들어왔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목소리. 나는 본능적으로 장치를 켰다. 빛이 떠올랐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녀의 마음은 어제와 달랐다. 따뜻한 색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불투명한 막이 덮여 있었다. 마치 안개 낀 유리창처럼,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뭐가?”

“아니야.”

나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이건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지금까지 마음은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감정은 항상 흘러넘쳤고, 장치는 그것을 포착했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은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것처럼 닫혀 있었다.

“너 요즘 좀 달라.”

그녀가 말했다.

“예전엔, 내가 무슨 말 하기도 전에 다 알겠다는 얼굴이었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는.

“지금은… 벽 너머에 있는 느낌이야.”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봤다.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위에서 아주 짧게, 파열음 같은 파동이 튀었다. 나는 확신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고, 그 숨김 자체가 감정이 되어 장치를 교란하고 있었다.

“아니.”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장치는 정확히 포착했다.

문제는—

그녀가 아니라 내 마음에서 금이 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돌아간 뒤, 나는 바로 실험을 시작했다. 연구실 조교, 경비 아저씨, 택배 기사. 나는 아주 사소한 질문을 던지고 장치를 켰다.

“오늘 기분 어때요?”

“괜찮으세요?”

“바쁘시죠?”

그리고 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나를 의식하는 순간, 그들의 마음은 흐트러졌다. 장치를 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 내가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감정은 형태를 잃고 왜곡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걷던 사람도 걸음을 의식하게 되는 것처럼.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마음이 연기처럼 흩어지거나, 서로 충돌하며 자기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기록했다.

관측 사실 1

‘마음은 관측되는 순간, 변형된다.’

그날 밤, 나는 다시 거울 앞에 섰다. 이번엔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장치를 켰다. 내 머리 위의 그림자는 더 선명해져 있었다. 이제는 단순한 형체가 아니었다. 나를 닮은 윤곽이 있었다. 그리고 상태창이 다시 떠올랐다.

[관측 대상: 사용자 본인]

[마음 상태: 분기 중]

[예측 가능한 선택지: 2]


선택지?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순간, 장치가 아주 낮은 진동음을 냈다. 마치 누군가 속삭이듯.

[주의] 관측을 지속할 경우, 결과는 확정됩니다.]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이 장치는 마음을 보여주는 기계가 아니었다. 사람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인식이 마음을 하나의 방향으로 밀어붙이도록 만드는 장치였다. 보는 순간, 마음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그녀가 아니었다.

발신자: 알 수 없음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당신의 장치로 당신의 마음을 봤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천천히 화면을 내려다봤다. 심장이 귀 옆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당신은 아직 선택하지 않았죠. 하지만 곧, 선택하게 될 겁니다.’

나는 장치를 바라봤다. 상태창의 글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분기 카운트다운: 시작]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 장치를 만든 사람이 이제 더 이상 통제권을 쥐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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